전원 필승조인가?
KIA 타이거즈 불펜은 2024 프로야구 시범경기 평균자책점 1.91를 기록 중이다. 이 정도면 1위를 할 법도 한데 아니다. 삼성이 1.65, 롯데가 1.90으로 더 낮다. 물론 각각 6경기 밖에 치르지 않아 변별력은 떨어진다. KIA는 작년 불펜 ERA 2위(3.85)에 올랐다. 그 힘을 올해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올해는 더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추격조, 필승조를 따로 구분하기 힘든거 아니냐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불펜은 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추격조 혹은 패전 처리조, 앞선 상황을 지켜야 하는 필승조로 구분한다. 선발투수 뒤에 대기하는 롱맨도 있다. 현재는 이런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불펜투수들의 역량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KIA는 작년 불펜투수 가운데 풀타임으로 꾸준히 제몫을 했던 투수는 임기영과 최지민 정도였다. 불펜투수로 변신한 임기영은 무려 82이닝을 소화하며 애니콜 투수였다. 최대 3이닝에서 1이닝까지 책임진 필승카드였다. 최지민은 좌완 마무리급 구위로 상대를 윽박지르며 불펜을 지켰다. 나머지 투수들은 주춤하거나 기복이 있었다.
마무리 정해영과 전상현은 개막 두 달 동안 구위가 주춤했다. 전상현은 6월부터 필승맨으로 뒤를 지켰고 정해영도 조정을 마치고 복귀하며 정상 구위를 회복했다. 9월 이후 11세이브 ERA 1.80으로 제몫을 했다. 장현식도 2021 홀드왕의 위력이 반감되는 모습이었다. 이준영도 여름 이후에는 흔들렸다. 그럼에도 불펜 ERA 2위를 했다.
올해는 마무리 정해영이 확실하게 구위를 회복했다. 이범호 감독이 오버페이스를 걱정할 정도이다. 최고 148km를 던지는데다 평균 145km 정도이다. 팔스윙이 빨라지며 상대가 타이밍을 잡기 힘들어하고 회전력이 강해져 정타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전상현은 후반기 ERA 1.45의 구위보다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현식도 묵직한 구위와 제구까지 회복해 기대감을 낳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사이드암 베테랑 박준표, 사이드암 윤중현, 좌완 곽도규 등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점이다. 한때 필승조로 활약했던 박준표는 스프링캠프 2경기(3이닝) 시범경기 2경기(2이닝)에서 모두 호투하며 재기를 알렸다. 주로 불펜에서 지원군 노릇을 해왔던 윤중현도 스프링캠프 2경기(3이닝), 시범경기 2경기(2이닝)를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변화구의 각이 예리해졌고 직구의 스피드도 끌어올렸다.
2년차 좌완 곽도규도 시범경기에서 2이닝을 가볍게 무실점으로 막았다. 캠프 실전 2경기에서는 영점이 잡히지 않았으나 시범경기에서는 특유의 과감한 투구와 좌타자들이 공략하기 힘든 바깥쪽 변화구까지 위력을 보였다. 최지민 이준영에 이어 좌타 킬러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작년 12월 시애틀 드라이브인 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린 효과가 나타났다.
현재 시범경기 활약상을 본다면 추격조, 필승조 개념이 없다. 더군다나 KIA는 개막 초반은 선발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멀티이닝이 가능한 불펜요원이 필요하다. 임기영과 함께 달라진 박준표, 윤중현 등이 지원군이 될 수 있다. 5선발진 강점에 불펜의 짜임새까지 갖춘 것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