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수로 6번의 골드글러브를 받은 무키 베츠(32·LA 다저스)가 새 시즌에는 유격수로 새출발한다. 유격수가 다른 포지션으로 옮기는 경우는 많이 봤어도 다른 포지션에서 뛰던 30대 선수가 유격수로 이동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무리수가 따르는 도박이지만 메이저리그 최고의 5툴 플레이어 베츠라서 가능한 도전이다.
미국 ‘LA타임스’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베츠의 유격수 포지션 변경을 다뤘다. 당초 올 시즌 풀타임 2루수로 스프링 트레이닝을 맞이한 베츠는 그러나 주전 유격수로 기대를 모은 개빈 럭스가 시범경기에서 극도의 수비 불안을 보이자 유격수로 자리를 옮겼다. 럭스가 2루수로 옮겨 유격수 베츠와 서로 자리를 바꿔 키스톤 콤비를 이루게 됐다.
지난 2011년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172순위로 보스턴 레드삭스에 지명될 때 베츠는 유격수였다. 낯선 자리는 아니지만 프로 레벨에서 풀타임 유격수로 뛰어본 적이 없다. 마이너리그에서도 2루수로 뛰던 베츠는 2014년 빅리그 데뷔 후 외야수로 정착했다. 당시 보스턴에는 MVP 출신 2루수 더스틴 페드로이아, 유격수 유망주 잰더 보가츠가 있어 베츠가 외야로 나가야 했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러 베츠는 다시 팀 사정에 따라 포지션을 바꿨다.
그만큼 타고난 운동 능력이 좋다. 우익수로도 빠른 발과 강한 어깨로 최고의 수비력을 뽐낸 베츠는 175cm 단신에도 엄청난 점프력으로 펜스 앞에서 홈런성 타구를 종종 건져내기도 했다. 다만 2021년부터 고관절 부상 여파로 먼 거리를 뛰어다녀야 하는 외야 수비에 부담을 느꼈고, 지난해부터 2루수로 내야 비중을 높였다. 유격수로도 16경기(12선발·98이닝)를 나섰다.
그러나 타고난 재능이 아무리 좋아도 30대에 낯선 포지션, 그것도 수비하기 가장 힘든 유격수로 가는 건 무척 부담스로운 일이다. 하지만 베츠는 팀을 위해 받아들였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베츠는 지난주 유격수 전환이 결정된 뒤 디노 에벨 내야수비코치, 크리스 우드워드 스페셜 어시스턴트와 함께 수비 훈련 시간 대폭 늘려 준비하고 있다.
우드워드는 “베츠가 엘리트 선수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것이 그의 사고 방식이고, 그 어떤 도전도 크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브랜든 곰스 다저스 단장 역시 “유격수로서 그에 따른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베츠는 그걸 할 준비가 돼 있고, 확실히 능력도 된다”고 기대했다. 동료 내야수 미겔 로하스도 “우리는 베츠가 슈퍼스타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는 이기적이거나 자기가 다 안다는 식으로 하지 않는다. 계속 더 나아지길 원한다. 그게 베츠의 좋은 점이다”며 그의 성실함을 인정했다.
물론 우려도 없지 않다. 지난해 표본이 적긴 했지만 유격수로 46번의 수비 기회에서 실책 3개를 범해 수비율 93.5%로 저조했다. 지난해 다저스 주전 유격수였던 로하스는 “실책이 많지만 빅리그에서 유격수로 뛰는 것은 스포츠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우리는 베츠에게 많은 걸 요구하고 있다. 리드오프로 매일 5타석에 나서면서 유격수까지 맡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고 걱정했다.
곰스 단장도 이런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지만 다른 선수가 아닌 베츠이기에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곰스 단장은 “어떤 움직임을 갖더라도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팀 전체를 봐서 우리가 가장 많은 경기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게 뭔지 고려했고, 조직으로서 이게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했다”며 팀 전력 극대화를 위해 베츠가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츠는 “필드에서 가장 쉬운 포지션 중 하나인 우익수에서 포수 외에 가장 어려운 포지션으로 이동하게 됐다. 엄청난 변화이고, 약간의 긴장감도 든다”며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난 정말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코치들도 나를 믿고 있다. 우리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지난 15일 다저스 선수단과 함께 전세기를 타고 한국에 입국한 베츠는 20~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개막 2연전을 통해 풀타임 주전 유격수로 첫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