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KT 위즈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컴백한 멜 로하스 주니어(34)가 시범경기부터 MVP 존재감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로하스는 지난 15일 대전 한화전 프로야구 시범경기에 5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장, 1회 중월 투런포에 이어 7회 우중월 투런포로 멀티 홈런을 쏘아 올렸다. 시범경기 6경기에서 홈런 3개를 치며 이 부문 단독 1위.
좌우 타석을 번갈아가며 홈런 손맛을 봤다. 1회에는 한화 좌완 선발 리카르도 산체스를 맞아 우타석에 들어선 로하스는 6구째 바깥쪽 149km 직구를 걷어올려 중앙 백스크린을 넘겼다. 비거리 125m. 7회에는 한화 우완 불펜 김규연을 상대로 좌타석에 나온 로하스는 6구째 몸쪽 147km 직구를 통타, 비거리 120m 우중월 홈런으로 장식했다.
앞서 2017년 6월 대체 외국인 타자로 KT에 합류한 뒤 2020년까지 4년간 KBO리그에서 뛰었던 로하스는 스위치히터 거포로 총 4번의 좌우 타석 멀티 홈런 경기가 있었다. 그 중 2번은 연타석 홈런이었다. 4년 만에 돌아온 KBO리그에서 시범경기부터 좌우 타석 멀티포로 ‘MVP의 귀환’을 알렸다. 경기 후 로하스는 “정규시즌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오늘(15일) 좋은 타격 타이밍에 좌우 타석 홈런이 나와 자신감이 생기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시범경기 초반에는 방망이가 시원하게 터지지 않았다. 첫 3경기에 9타수 1안타로 침묵했지만 12일 수원 SSG전 5회 이건욱에게 우월 솔로포를 터뜨리며 복귀 첫 홈런을 신고했다. 이어 14일 한화전에 2루타를 치더니 15일 한화전 멀티 홈런으로 타격 페이스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시범경기 안타 5개 모두 장타로 홈런 3개, 2루타 2개.
2019~2020년 로하스와 함께한 이강철 KT 감독은 시범경기 초반 부진에도 “그 전에 한 게 있으니까 보면서 기다리고 있다. 모르는 외국인 선수가 와서 못 치면 속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한 게 있다. 찬스에 걸리면 로하스의 이름값이 있다.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가 있지 않겠나”며 그에게 믿음을 나타냈다.
이 감독이 기대한 이름값을 보여주기 시작한 로하스는 “아직 많은 투수들은 상대해보진 않았지만 4년 만에 KBO리그에 오니 젊은 투수들의 평균 구속이 향상됐다.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하며 “(개막까지) 일주일 남은 시간 동안 상대 투수들의 볼 배합이나 특징을 많이 연구하고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탯티즈’ 기준으로 로하스가 마지막으로 뛰었던 2020년 KBO리그 직구 평균 구속은 142.3km. 하지만 지난해에는 143.8km로 1.5km 상승했다. 그 사이 문동주, 김서현(이상 한화), 이의리(KIA), 장재영(키움), 박영현(KT), 정철원(두산), 유영찬(LG) 등 젊은 강속구 투수들이 등장했다. 평균 구속 상승으로 리그 환경이 달라졌지만 시범경기부터 로하스의 존재감은 여전히 묵직하다.
로하스는 KBO리그를 지배한 타자였다. 2017~2020년 4년간 통산 511경기 타율 3할2푼1리(1971타수 633안타) 132홈런 409타점 350득점 출루율 .388 장타율 .594 OPS .982로 활약했다. 특히 2020년에는 142경기 타율 3할4푼9리(550타수 192안타) 47홈런 135타점 116득점 출루율 .417 장타율 .680 OPS 1.097로 폭발했다.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4개 부문 1위에 오르며 MVP까지 거머쥐었다.
이를 발판 삼아 한신 타이거즈로부터 2년 500만 달러 특급 대우를 받으며 일본에 진출했다. 그러나 한신에서 1~2군을 오르내리며 2년간 149경기 타율 2할2푼(372타수 82안타) 17홈런 48타점 37득점 출루율 .302 장타율 .395 OPS .697로 부진했다. 외국인 선수를 무제한 보유할 수 있고, 1군에는 4명까지 쓸 수 있는 일본프로야구 구조상 내부 경쟁으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수준 높은 일본 투수들을 극복하지 못했다. 한일 리그의 수준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지난해 멕시코리그를 거쳐 4년 만에 KT로 돌아온 로하스는 아직 34세로 나이도 아주 많진 않다. 일본에선 실패했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4년 전 MVP 시절 활약도 재현할 만하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같은 시기 한국에서 뛰고 일본에 갔다 실패하고 돌아온 투수 라울 알칸타라(두산)가 반등한 것처럼 로하스도 못할 것 없다. 3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는 KT에도 로하스의 존재는 큰 힘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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