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께서 걱정 없이 편하게 보실 수 있도록…”
‘160km 파이어볼러’ 문동주(21·한화 이글스)는 지난 7일 대전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3이닝 2피안타 2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직구 구속이 최고 148km, 평균 144km에 그쳤다. 다른 투수였다면 빠른 공이지만 지난해 최고 160km, 평균 151km를 던진 문동주이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다행히 문동주의 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최원호 감독이 걱정한 이유가 있었다. 최 감독은 “구속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날 동주의 정상적인 투구 동작이 안 나왔다. 오키나와 캠프 때는 땅이 미끄러워 그랬고, 청백전 날에는 날씨가 추워서 그랬다고 한다”며 “정상적인 투구 동작을 하지 않고 몸을 아끼다 메이저리그 친선경기에 가서 갑자기 확 세게 던지면 오버워크가 너무 심해진다. 몸이 강한 속도에 대한 적응을 미리 하지 않으면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동주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개막을 앞두고 17~18일 고척돔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다저스와 스페셜 게임을 치를 한국대표팀(팀코리아) 멤버로 발탁됐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시리즈(APBC) 대표팀에서 모두 1선발로 활약한 문동주는 이번 스페셜 게임에도 선발로 나설 것이 유력하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현역 타자들을 상대로 직접 공을 던질 수 있는 기회로 미디어와 팬들의 관심도가 높다.
투수로서 힘이 안 들어갈 수 없는 무대. 최 감독은 “보는 눈이 한둘이 아니라서 슬슬 던질 수 없다. 아마 엄청 세게 던질 것이다. 120% 힘으로 던지면 160km가 나올 수도 있다”며 “그러다 보면 투수는 오버워크가 걸린다. 더군다나 동주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이기 때문에 더 큰 데미지가 올 수 있다. 몸이 미리 고강도 투구에 적응해놓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걱정을 한 것이다”고 말했다.
다행히 문동주는 지난 12일 대전 KIA전 프로야구 시범경기에 구원등판, 2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으며 직구 구속을 최고 154km, 평균 150km로 끌어올렸다. 그제야 최 감독도 걱정을 덜었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최 감독은 “(스페셜 게임에서) 선발로 나가면 60~70구 정도 던지지 않을까 싶은데 (경기 특성상) 실제 데미지는 90~100구 정도가 될 수 있다. 충분히 휴식을 주고 나서 정규시즌 첫 등판은 80구 전후로 끊어야 할 것 같다”고 관리 계획을 밝혔다.
감독의 걱정을 문동주도 잘 알고 있다. 그는 “걱정은 내가 지워야 한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감독님이 걱정하지 않고 편하게 보실 수 있도록 하겠다”며 “청백전 때는 날씨가 많이 추웠다. 주변에서 우려가 있었는데 난 괜찮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날씨만 좋아지길 바라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3개 대회 연속 대표팀에 합류한 문동주는 “최근 또래 선수들이 대표팀에 모이는 일이 많다. 좋은 기억이 있는 선배, 친구, 후배들과 다시 같이 할 수 있어 설렌다”며 생애 처음 마주할 메이저리그 타자들과 맞대결에 대해서도 “모두가 기대하시는데 나도 기대가 된다. 모든 타자와의 승부가 재미있을 것 같다. 어떤 경기에 나갈지 모르지만 주어진 위치에서 열심히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KBO 공식 PTS 기준으로 국내 투수 최초 160km 강속구를 뿌린 문동주의 파이어볼러 본능이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도 얼마나 나올지 주목된다. 하지만 문동주는 “내 구속이 그렇게 화제가 될지 모르겠다. 연습경기이고, 스피드가 중요한 경기는 아니다”면서도 “실내(고척돔)에서 던지고, 관중들이 많이 들어오면 열기도 있고 하다 보니 분명 더 좋아질 것 같다”며 아무래도 힘이 더 들어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