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의 토종 에이스 고영표(33)가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홈런 한 방을 맞았지만 특유의 안정감을 보였다. 홈런을 허용한 3회를 빼고 나머지 4이닝은 전부 삼자범퇴로 정리했다. 새로 도입된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아래 고영표의 제구력이 더욱 빛을 발했다.
고영표는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치러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6탈삼진 3실점 역투를 했다. 3회 요나단 페라자에게 내준 스리런 홈런을 빼곤 흠잡을 데 없는 투구였다.
당초 올 시즌을 마치고 FA가 될 수 있었던 고영표는 KT와 다년 계약으로 일찌감치 팀에 잔류했다. 5년 총액 107억원(보장 95억원, 옵션 12억원)으로 KT 최초 비FA 다년 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2021년부터 3년간 KBO리그 최정상급 선발투수로 활약한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날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도 고영표다운 안정감을 뽐냈다. 1회 정은원을 1루 땅볼, 페라자를 3루 뜬공, 안치홍을 유격수 땅볼로 삼자범퇴 시작한 고영표는 2회에도 노시환을 2루 땅볼, 문현빈을 헛스윙 삼진, 최인호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3회 선두 임종찬도 1루 땅볼 처리했으나 이재원과 이도윤에게 초구에 연속 안타를 맞고 주자를 쌓았다. 정은원의 2루 땅볼로 이어진 2사 1,3루에서 페라자에게 우중월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2구째 116km 체인지업을 바깥쪽 낮게 잘 떨어뜨렸지만 페라자가 노림수를 갖고 들어온 듯 풀스윙으로 퍼올렸다. 타구는 우중간 담장 밖을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30m 대형 홈런. 실투가 아니었지만 페라자가 너무 잘 쳤다.
비록 동점 스리런 홈런을 맞았지만 바로 다음 안치홍을 3구 삼진 잡고 이닝을 끝낸 고영표는 4회 노시환과 최인호를 삼진 처리하며 다시 삼자범퇴했다. 노시환 상대로는 6구째 커브가 완전히 반대 투구가 됐지만 존을 통과하면서 루킹 삼진이 됐다. 5회에도 이재원을 3구 삼진 돌려세우는 등 연속 삼자범퇴로 막았다. 3회 제외하곤 나머지 4이닝 모두 삼자범퇴였다.
5이닝을 단 56개의 공으로 막은 고영표는 최고 141km 직구(24개)를 비롯해 체인지업(16개), 커브(14개), 슬라이더(2개)를 섞어 던졌다. 올해 KBO리그에 새로 도입된 ABS에서 고영표의 좌우 코너 제구가 더욱 빛을 발했다. 최근 3년간 9이닝당 볼넷 1.19개로 이 기간 100이닝 이상 던진 리그 전체 투수 134명 중 가장 적은 고영표가 ABS라는 날개까지 달면서 더 큰 위력을 떨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 후 고영표는 “오랜만에 등판해서 마운드에 적응하는데 중점을 뒀고,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려고 했다. 컨디션은 첫 등판치고 좋았다. 홈런을 허용했지만 최근 한화 타자들이 잘 치고 있다. 나도 좋은 공을 던졌고, 상대 타자도 잘 친 것 같다”며 페라자의 홈런을 치켜세웠다.
이어 고영표는 ABS에 대해 “처음 해봐서 궁금한 게 많았다. 사이드에 횡성 구종을 던지면서 스트라이크존 어느 부분까지 걸리는지 점검했다. 던지면서 공 2~3개 정도가 이전 스트라이크존과는 다르다고 느꼈다. 확실히 높낮이의 기준이 달라진 것 같다”는 의견을 말했다.
이날이 시범경기 첫 등판이자 마지막 등판이 된 고영표는 다음주 2군 연습경기를 통해 마지막 실전을 치른 뒤 정규시즌에 들어간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