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머리 아프네요, 볼이 너무 좋아서…”
한화 이글스 ‘파이어볼러’ 한승혁(32)이 최원호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꾸준히 좋은 투구를 거듭하면서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고, 불펜 엔트리를 선정해야 할 최원호 감독 선택도 어려워졌다.
최원호 감독은 15일 대전 KT전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앞두고 한승혁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아, 머리 아프다. 볼이 너무 좋아서”라며 “공이 너무 좋다. 몇 경기 더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겠다. 공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한승혁은 전날(14일) 대전 KT전 시범경기에서 8회 1이닝을 탈삼진 1개 포함 무실점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고 홀드를 거뒀다. 김병준을 1루 땅볼, 문상철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강백호를 투수 발 맞고 2루 땅볼 아웃 처리했다. 총 투구수는 14개로 트랙맨 기준 최고 155km, 평균 153km 직구(10개)에 커브, 슬라이더(이상 2개)를 던졌다.
원래부터 공이 빠르기로 소문난 투수이지만 벌써 시속 155km를 찍은 게 예사롭지 않다. 지난 12일 대전 KIA전에서 최고 154km를 던진 문동주보다 빠른 구속으로 일찌감치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시범경기에 앞서 스프링캠프 때부터 계속 좋았다. 캠프 연습경기에서 3경기 3이닝 2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한승혁은 7일 대전 자체 청백전에도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어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던 지난 11일 대전 KIA전 1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틀어막더니 14일 KT전까지 실전 6경기 6⅔이닝 무실점 행진 중이다.
한승혁도 15일 KT전을 앞두고 “스프링캠프 때부터 차근차근 몸을 잘 만들어서 컨디션은 문제가 없다. 어제 구속도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조금 놀라긴 했는데 의식하지 않고 있다. 지금 구속이 맥시멈이다”며 “내가 갖고 있던 메카닉을 놓고 (박승민) 코치님과 얘기한 부분을 신경쓰면서 하고 있다. 그동안 잘 느끼지 못한 부분이 있다. 공을 빠르게 던지는 것보다는 중심 이동이나 타자한테 안 맞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지금까지 결과가 잘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예년 같았으면 잡아주지 않았을 높은 코스의 공들이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에선 스트라이크가 되면서 자신감이 생긴 모습이다. 한승혁도 “심판분들이 직접 볼 때는 나에 대한 인식이 제구가 엄청 좋지 않기 때문에 잡아줄 거 같은 것도 안 잡아준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보니 그런 게 있었지만 지금은 존에 대한 확신을 갖고 들어갈 수 있다”고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최원호 감독 역시 “어제도 높은 쪽 커브가 스트라이크로 잡혔다. 아무래도 그런 식으로 볼카운트가 유리하게 전개되면 조금 더 자신 있는 볼을 던질 수 있다”며 “2경기 연속 한승혁이 너무 좋은 모습을 보여 불펜 엔트리를 선택하는 데 있어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한화는 우완 불펜 자원이 넘친다. 마무리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박상원과 주현상을 비롯해 장시환, 장민재, 이민우, 한승주, 김규연, 김서현이 1군 엔트리 후보로 있다. 5선발 경쟁을 하고 있는 이태양까지 불펜에 내려오면 우완 불펜 자원을 정리하는 게 쉽지 않다.
15일 KT전에선 김규연(1이닝 5피안타 1피홈런 3실점), 주현상(⅓이닝 2피안타 1볼넷 4실점 2자책)이 흔들리긴 했지만 장지수(⅔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장민재(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김서현(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이민우(1이닝 1피안타 무실점) 등 나머지 우완 불펜들은 안정감 있는 투구를 했다.
최 감독은 “불펜 엔트리 선정이 가장 고민된다. 다들 컨디션이 괜찮다. 구위도 좋고, 결과도 좋다. 누구를 빼야 할지 모르겠다. 선발 경쟁을 하던 투수들까지 불펜에 내려오면 기존 불펜과 경쟁력을 비교해야 한다. 야수진은 어느 정도 기우는 흐름이 있는데 불펜 엔트리 짜는 게 가장 까다롭다”고 말했다. 전력이 없는 것보다야 훨씬 나은 고민이지만 개막 엔트리를 선택해야 하는 최 감독에겐 가장 큰 고민이 되고 있다. 16~17일 사직 롯데전, 18~19일 대전 두산전 등 남은 시범 4경기가 한승혁 포함 한화 우완 불펜들에겐 최종 경연 무대가 될 듯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