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귀중한 존재인가.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베테랑 타자 서건창(34)은 내야진 백업전력으로 분류되어 있다. 실제로 시범경기에서도 선발출전명단에 들어있지 않다. 주전 김선빈이 두 타석 정도 소화하면 뒤를 이어 2루수로 출전하고 있다. 14일까지 5경기에서 8타석에 들어섰다. 타격 컨디션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데도 화끈한 스윙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9일 NC 다이노스와의 첫 경기에서는 도중 교체되어 8회 송명기를 상대로 우월 투런포를 터트렸다. 다음날 2차전은 김선빈 대신 후반에 출전해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타점 1개를 따내는 등 나름 공격에 힘을 보탰다. 11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1타수 무안타였다.
12일 한화와 2차전에서는 김도영 대신 대타로 나서 1안타(2타수)를 터트렸다. 14일 두산과 잠실경기에서도 7회 김선빈의 대타로 등장해 좌중간 2루타를 터트려 1타점을 기록했다. 타석수가 적은데도 홈런과 단타, 2루타를 생산하며 주어진 임무를 잘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가파른 타격기세를 보였다. 깜짝 5연타석 안타를 터트리며 캠프 타율 5할5푼6리를 기록했다. 끌어당기고 밀어치고 자유자재였다. 시범경기에서도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한국 최초로 200안타를 터트린 전성기 시절을 아니지만 날카로운 스윙을 되찾고 있다. 최근 2년간의 부진에서 벗어나 재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서건창은 타격흐름이 좋은 이유에 대해서 "새로운 환경에서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고 재미있게 야구를 하고 있다. 야구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한결 편해진 환경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시즌을 마치고 LG 트윈스에서 방출당했다. FA 삼수에 도전했으나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내며 우승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마음고생도 심했다. 그래서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 팀에서 다시 한 번 해보자는 각오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일단은 그 선택이 좋은 결과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존재감을 보인다면 팀도 큰 도움이 된다. 내야진에 확실한 대타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 2루수 김선빈과 1루수까지 뒷받침이 가능해 활용 옵션이 넓어졌다.
KIA에게 서건창이라는 확실한 카드를 확보한 것은 캠프와 시범경기의 최대 수확일 수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괴력의 스윙으로 MVP까지 오른 윤도현은 복사근 염증으로 2군에서 조정중이다. 부상 재발을 막기 위해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이범호 감독의 판단이다. 그래서 더욱 타격마스터 서건창의 회복이 귀한 듯 하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