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3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29)가 시범경기 첫 등판을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반즈는 개인 훈련의 효과를 확실하게 증명하면서 올해 완벽한 풀타임 활약을 예고했다.
반즈는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시범경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68구 2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반즈는 문제 없이 자신의 역량을 과시했다. 3년차 시즌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최고구속은 148km까지 찍히며 완벽한 정상 컨디션임을 알렸다.
반즈는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빅리그 복귀를 노크했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롯데에 양해를 구하고 빅리그 구단들과 먼저 협상을 이어나갔다. 모든 외국인 선수들의 꿈인 빅리그 복귀였기에 롯데도 반즈의 도전 의사를 존중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결국 반즈는 원하는 제안을 받지 못한 듯 했다. 대신 롯데와 3년째 동행을 결정했다. 반즈는 총액 135만 달러(계약금 35만 달러, 연봉 85만 달러, 인센티브 15만 달러)에 롯데와 다시 계약을 결정했다.
그러면서 반즈는 다시 한 번 구단에 양해를 구했다. 올해 괌과 오키나와로 이어지는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직전인 1월 중순, 둘째를 득남했다. 둘째와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아내를 도와 육아도 하면서 개인 훈련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구단과 훈련 스케줄을 공유하고 주기적으로 훈련 및 투구 영상을 보내는 등 코칭스태프와 면밀하게 소통을 하면서 시즌을 준비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반즈는 성실하게 구단에 자신의 훈련 및 투구 영상을 보내면서 자신을 믿어준 구단과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았다.
반즈는 비시즌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인근에 위치한 트레드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펼쳤다. 이때 함께한 훈련 파트너가 지난해 텍사스 레인저스의 우승을 이끈 조던 몽고메리(32)였다. 몽고메리는 지난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시즌을 시작해 21경기 6승9패 평균자책점 3.42의 성적을 기록한 뒤 텍사스로 트레이드 됐고 11경기 4승2패 평균자책점 2.79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6경기(5선발) 3승1패 평균자책점 2.90의 성적으로 텍사스의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주역이 됐다.
‘우승 청부사’인 몽고메리와 반즈는 동향 출신에 고교 선후배 동문이다. 두 사람 모두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섬터 카운티에서 태어나 섬터 하이스쿨을 다녔다.
공통분모가 많은 만큼 서로 교류를 했고 이번에는 비시즌 운동을 함께할 여건이 마련됐다. 반즈가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않았고 몽고메리도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프리에이전트(FA)가 됐지만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 몽고메리의 소속팀 찾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반즈는 몽고메리와의 훈련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몽고메리는 굉장히 좋은 커리어를 갖고 있고 또 월드시리즈 우승도 했다. 보고 배울 점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전반적인 시즌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그리고 월별로 나눠서 스케줄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등 그런 부분들을 옆에서 직접 보고 배웠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몽고메리와 반즈는 같은 좌완 투수로서 투심 계열의 공을 던지고 그 외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투구 레퍼토리까지 비슷하다. 특히 몽고메리는 투심보다 무브먼트가 더 심하고 각이 큰 싱커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다. 지난해 평균 93.3마일(150km)의 싱커를 42.6%나 구사했다.
반즈는 지난달 29일 입국한 뒤 2군에 합류해 몸 상태를 마저 끌어올렸고 1군 선수단이 스프링캠프에서 돌아온 뒤 1군에 합류했다. 2군에서 훈련을 지켜보던 관계자들은 “지난해보다 체격도 더 좋아졌고 밸런스도 문제 없다. 공에 힘이 더 생긴 듯 하다”라고 설명했다.
투구패턴에서 변화도 엿보인다. 지난 8일 동의과학대와의 경기에서 4이닝 동안 50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퍼펙트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였다. 아무리 대학팀과의 연습경기라고 하지만 10개의 탈삼진은 쉽지 않은 기록이다.
이날 반즈는 포심 최고 143km, 그리고 투심이 포심보다 빠른 145.3km의 최고 구속을 기록했다. 50개의 공 가운데 포심이 18개였고 투심이 12개였다. 커브와 슬라이더가 각각 7개씩, 그리고 체인지업을 6개 던졌다.
그리고 14일 삼성전에서도 반즈는 4이닝 동안 7개의 탈삼진을 뽑아냈다. 이날 역시도 68개의 공 가운데 슬라이더 20개, 체인지업 19개, 투심 15개, 포심 12개, 커브 2개를 구사했다.
2경기 모두 투심의 비중이 확연히 높았다. 8일 경기에서는 24%였고 14일 경기에서는 22% 정도였다. 지난해 반즈의 투심 투구 비중이 8.5%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투구 패턴의 변화다.
투심 비중을 높이고 한국에서 던진 2경기 8이닝 동안 17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반즈는 지난 2시즌 동안 9이닝 당 7.75개의 삼진을 잡았는데 현재까지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투심은 본래 공 끝에 변화를 줘서 약한 타구, 주로 땅볼을 유도하는 구종인데 반즈의 공 움직임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몽고메리와의 합동 훈련의 효과가 여기서 나타난 것일 수 있다.
물론 투심 때문이 아닌,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덕분일 수도 있다. 커브, 슬라이더 등 홈플레이크 부근에서 변화가 많은 구종들을 던지는 반즈에게 ABS시스템은 득이 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반즈는 몽고메리와 훈련을 하면서도 ABS시스템과 비슷한 기계로 훈련을 진행해봤지만 실제 체감은 또 다를 수 있었다.
ABS에 대해서 반즈는 “대체로 만족스럽다. 시스템을 통해 공이 어디에 들어갔는지 다 파악할 수 있으니 더 이상 핑계를 댈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즈가 개인 훈련으로 최상의 몸상태를 만들어 왔고 최고의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올해 3년차에는 제대로 된 풀타임 맹활약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반즈는 KBO리그 첫 시즌이던 2022년 31경기 12승12패 평균자책점 3.62(186⅓이닝 75자책점)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전반기 20경기 9승6패 평균자책점 2.74로 눈부신 활약을 했지만 후반기 11경기 3승6패 평균자책점 5.40으로 부진했다. 전반기 4일 휴식 로테이션을 펼치다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체력이 고갈됐다. 결국 정규시즌을 조기에 마감하기도 했다.
2년차인 지난해에도 30경기 11승10패 평균자책점 3.28(170⅓이닝 62자책점)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 했다. 역시 겉보기에는 훌륭한 시즌. 그러나 이 성적에도 전반기와 후반기가 180도로 달랐다. 이번에는 전반기에 부진했다.
전반기 16경기 5승6패 평균자책점 4.57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후반기에 들어서자 14경기 6승4패 평균자책점 2.05으로 호투를 이어갔다. 후반기 최고 투수 중 한 명이었다.
전반기와 후반기를 나눠서 활약했던 지난 두 시즌은 이제 잊어야 한다. 이제 풀타임으로 맹활약하는 반즈의 모습을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반즈의 모습은 모두의 기대를 부풀게 하기에 충분하다./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