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는 강건이 1등이다.”
매년 새로운 투수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데 남다른 능력을 지닌 이강철(58) KT 위즈 감독이 올해는 이 선수에게 꽂혔다. 2년차 우완 투수 강건(20)이 ‘강철 매직’ 신상품으로 뜰 것 같다. 리그 정상급 마운드를 갖춘 ‘투수 왕국’ KT에서 구위 1등으로 인정받았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 14일 대전 한화전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앞두고 “강건이 우리 팀 구위 1등이다. 커터가 140km까지 나오고, 커브 RPM(분당회전수)은 거의 윌리엄 쿠에바스 급이다. 투스트라이크에서 삼진 잡을 확률이 높다. 구종 가치도 1등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이 극찬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날 4회 1사에서 선발 웨스 벤자민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온 강건은 김태연을 루킹 삼진, 하주석을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깔끔하게 투아웃을 잡았다.
특히 김태연 상대로 바깥쪽 직구, 커터로 카운트를 점령한 뒤 몸쪽 커브로 허를 찔러 루킹 삼진을 잡았다. 하주석에게도 초구 커터에 이어 2구째 느린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으며 투스트라이크를 잡는 등 공격적인 투구가 빛났다.
총 투구수 10개 중 8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최고 148km, 평균 146km 직구(2개) 외에 커터, 커브(이상 3개), 포크볼(2개) 구사했다. 직구, 커터에 커브까지 대부분 공이 스트라이크존 근처에 형성될 정도로 제구가 안정적이었다.
장안고 출신 투수 강건은 2022년 9월 열린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1라운드 전체 110순위로 맨 마지막에 뽑혔다. 처음으로 11라운드까지 진행된 전면 드래프트에서 가장 늦게 뽑힌 최초의 110번째 선수로 지명 순간까지 마음을 졸였다. 당시 지명 후 강건은 “반드시 지명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끝까지 기다렸다. 마지막에 내 이름이 불렸을 때 울컥했다. 부모님께서도 많이 우신 것 같다. 구단에 감사하다”고 감격을 표했다.
신인 지명 순서는 맨 마지막이었지만 프로에서의 성장세는 웬만한 선수보다 훨씬 빨랐다. 입단 후 체계적인 육성을 통해 체중이 늘고, 구속이 빨라졌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34경기(42⅓이닝) 1승1패2홀드 평균자책점 5.10으로 경험을 쌓은 뒤 10월에 1군 콜업을 받았다. 10월7일 수원 한화전에서 14점차 리드 상황에 구원등판, 3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세이브도 올렸다.
단 4경기이긴 했지만 6⅔이닝 4피안타 3볼넷 8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1.35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다만 8월 이후 정식 선수로 등록돼 포스트시즌 출전이 불가능한 신분이었고, 큰 경기 경험을 주고 싶어했던 이강철 감독도 못내 아쉬워했다. 하지만 올해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시키며 가능성을 계속 지켜봤고, 새로운 불펜 필승조로 낙점했다.
지난달 25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KIA와 연습경기 때 낫아웃 삼진 포함 1이닝 1피안타 4탈삼진으로 위력을 떨쳤고, 10일 수원 LG전 시범경기에서 3-2로 앞선 9회 1이닝 무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세이브도 올렸다. 선두 김성우를 볼넷으로 1루에 내보냈지만 최원영을 커브로, 이재원을 커터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운 뒤 구본혁을 유격수 땅볼 잡고 1점차를 지켰다.
KT는 이강철 감독 체제에서 선발 배제성, 소형준, 엄상백, 구원 김민수, 박영현, 손동현 등 거의 매년 20대 젊은 투수들을 꾸준히 주축 전력으로 만들어냈다. 올해는 5선발 후보로 경쟁 중인 신인 우완 원상현과 함께 강건이 떠오르고 있다. 오키나와 캠프 때 “올해 많은 경기에 나간다면 감독님이 믿고 쓸 수 있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 안정감 있는 투구가 목표다. 150km도 던져보겠다”고 밝힌 강건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