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동료로 지냈던 류현진(한화 이글스)을 적으로 만나본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경계태세를 한층 강화했다. 원래부터 좋은 투수인 건 알고 있었지만 사령탑이 돼 직접 상대 투수로 만나보니 제구력과 구위가 생각 그 이상이었다.
KIA 이범호 감독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틀 전 프로야구 시범경기에 류현진을 상대한 소감을 전했다.
12년 만에 국내 무대로 전격 복귀한 류현진은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KIA를 상대로 첫 시범경기를 치렀다. 1회 1사 후 이우성(2루타), 김도영(중전안타) 상대로 연속 안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내줬지만 2회부터 안정을 찾고 4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투구수는 62개였고, 직구 최고 구속은 148km까지 나왔다.
이범호 감독은 “여전히 제구가 좋더라. 구속도 미국 시절보다 더 좋아졌다. 148km가 나왔다는 건 100% 몸 상태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경계가 된다”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미리 쳐본 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떤 구질이 좋고, 어떤 공을 쳐야하는지 감을 잡았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류현진의 투구를 복기해본 결과 가장 놀랐던 건 역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보더라인에 살짝 걸치는 칼날 제구력이었다. 이 감독은 “타자들은 구속보다 제구가 좋은 투수의 공을 더 치기 힘들어 한다. 4개 구종의 제구가 완벽해 분석을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이날 다 보여주지는 않았겠지만 아마 시즌 때 비슷하게 던질 것이다. 코치들도 이런 부분을 다 체크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이었던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류현진과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이 감독은 “그 때도 류현진은 좋았다. 지금보다 젊어서 힘이 더 있었다. 그러나 제구력은 지금이 더 좋아졌다”라며 “메이저리그에 가기 전 팀 타격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타격이 올라온 상태다. 아마 더 편안하게 던지지 않을까 싶다. 분석이 필요하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경계태세를 강화했다고 류현진 한 명만을 집중 분석하는 건 아니다. 이 감독은 “결국 류현진과 1년에 몇 번 만나는지가 중요하다. 그 한 경기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 시즌 전체를 봐야 한다. 많이 붙어서 치면 충분히 좋은 경기도 가능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한편 KIA는 두산을 맞아 박찬호(유격수)-최원준(중견수)-김도영(3루수)-나성범(우익수)-소크라테스 브리토(좌익수)-최형우(지명타자)-김선빈(2루수)-김태군(포수)-이우성(1루수) 순의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제임스 네일이며, 4이닝 소화 후 이의리에게 바통을 넘길 계획이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