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가 따로없다.
KIA 타이거즈 12년차 베테랑 이우성(29)이 타순에서도 유틸리티맨이 되고 있다. 프로 입단 이후 11년 동안 외야수로 뛰었으나 올해부터 1루수로 변신했다. 그냥 변신이 아니다. 어려운 타구를 완벽하게 처리하는 등 10년차 1루수 같다. 외야수비와 1루수비까지 완벽하게 소화가 가능해졌다.
오키나와 실전과 시범경기에서 계속 1루수로 나서고 있다. 경기를 치를수록 흠잡을 데가 없는 수비력을 보여주었다. 강습타구에 동물적인 반응을 보였고 까다로운 바운드 타구도 안정감있게 처리하고 있다. 2루와 홈송구도 정확하다. 팝플라이도 능숙하게 처리하고 있고 투수용, 2루수용 타구 판단도 좋아지고 있다.
2022시즌 주전 1루수로 91타점을 올린 황대인이 2군 캠프를 마치고 1군에 합류해 시범경기에서 이우성과 경쟁하고 있다. 상당한 훈련량을 소화하고 날렵해진 몸으로 나타났다. 날카로운 스윙으로 홈런도 때리며 경쟁을 벌어고 있다. 아직까지는 주루능력과 정교한 타격과 파워, 수비력까지 3박자를 갖춘 이우성이 한 발 앞서 있다.
이범호 감독은 타순조합에서 이우성을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박찬호-최원준-김도영으로 이어지는 육상부 트리오를 1~3번에 배치하는 타순을 가동하고 있다. 수비부담을 안고 있는 박찬호를 9번, 최원준과 김도영을 테이블세터진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였으나 파격 라인업을 내놓았다. 박찬호의 리드오프 능력을 100% 살리고, 나성범 소크라테스 최형우 김선빈에게 찬스를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다.
또 하나의 히든카드는 이우성이었다. 9번타자로 이우성을 배치했다. 주루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작년 8개의 도루를 성공했고 단타에 3루까지 진출하는 '원히트 투베이스' 주루에 능하다. 9번에 배치하면 1~3번 육상부 트리오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발야구가 폭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우성의 활용법은 또 있다. 육상부 트리오 가운데 즉, 2번타순에 배치했다. 상대 선발투수로 좌투수가 나오면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12일 한화이글스와 대전 시범경기에서 류현진이 선발등판하자 1번 박찬호, 2번 이우성, 3번 김도영, 즉 우우우 타순을 가동했다. 좌타자 최원준은 9번에 배치했다.
이 감독은 "각 구단마다 까다로운 왼손 선발투수들이 많다. 이우성을 9번에서 2번으로 올리고 최원준을 9번으로 내릴 수 있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우성은 1회 첫 타석에서 류현진을 상대로 8구 승강이 끝에 우익수 옆으로 빠지는 2루타를 작렬해 선제득점의 발판을 제공했다. 감독의 의도를 100% 적중시켰다.
수비든 타선이든 주루든 못하는 것이 없는 능력자가 됐다. 타의 모범이 되는 성실함 그 자체이다. 팀과 동료를 생각하는 희생정신도 강하다. 어떤 상황이든 전력을 다하는 플레이에서 절실함도 느껴진다. 야구를 너무 사랑하는 남자이다. 감독은 이런 선수를 대단히 좋아한다. 팬들도 그렇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