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일본 지바 롯데 마린즈 팬들이 상대 투수의 견제구에 야유를 보내자,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조조 마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지바 롯데와 한신 타이거스의 시범경기 때였다. 한신이 1-0으로 앞서던 5회 수비 때 선발 이토 마사시가 1루 주자 다무라 다쓰히로를 향해 가벼운 견제구를 던졌다.
이때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잠시 후 두번째 견제가 날아갔을 때다. 우익수 뒤쪽의 지바 롯데 응원단에서 큰 소리로 함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매체 데일리는 “그 순간부터 투수가 세트 모션에 들어가기만 하면 야유가 쏟아지는 이상 현상이 반복됐다”고 전했다.
매체는 두 팀간의 이같은 감정 싸움은 작년에도 있었다고 했다. 6월 교류전(인터리그 경기) 때도 한신 투수진이 견제구를 던지면 롯데 응원석에서 야유가 나왔고, 반대편 한신 응원석에서는 박수 소리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일본 지사 롯데의 응원석에서 나오는 함성(야유)는 “에~” 혹은 “우~” 같은 음절로 들린다. 일제히 일어서서 마운드를 향해 손가락질과 함께 소리치는 방식이다.
물론 같은 롯데지만, 원조(?)와는 비교하기 어렵다. 사직구장의 유명한 “마!”는 훨씬 조직적이고, 단호하며, 강렬하고, 함축적이다. 상대가 받는 압박의 정도도 다르다. 게다가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상징적인 명물이 됐다.
여기에 비하면 일본 지바 롯데는 아직 초보 수준이다. 그런데도 인터넷 상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벌어진다. 특히 팬덤이 강한 한신을 상대로 한 퍼포먼스여서 반감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어디서 배운 짓이냐. 상대에 대한 리스펙트가 없다” “견제라는 게 정당한 플레이인데, 왜 저러는 지 모르겠다” 같은 반응들이다.
심지어 그 팀의 간판 스타인 퍼펙트 투수 사사키 로키가 견제할 때 다른 팀 팬들도 똑같이 갚아줘야 한다는 분노의 목소리도 많다.
지바 롯데 팬들이 왜 그렇게 견제구를 싫어하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가설이 있다. 그중 유력한 것이 1998년에 벌어진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시즌 종반인 10월 중순 경기였다. 롯데-세이부의 일전이 펼쳐졌다. 당시 두 팀 간에는 도루왕 경쟁을 펼쳐졌다. 고사카 마코토(43개ㆍ롯데)와 마쓰이 가즈오(42개ㆍ세이부)가 1개 차이로 치열하게 붙었다.
그러던 중 최종전 맞대결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이 속출했다. 고사카는 2루타성 타구를 치고도 1루에 머무른다. 또 투수의 견제구가 빠졌는데도 2루를 가지 않는다. 도루를 추가하기 위해서였다. 급기야 세이부 쪽에 극단적인 꼼수를 썼다. 투수에게 고의적으로 보크를 범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아예 2루 도루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다.
이후 고사카는 무리하게 3루로 뛰다가 도루 실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다음 이닝에 마쓰이가 안타를 치고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둘은 결국 43개로 숫자가 같아지며, 공동 도루왕을 차지하게 됐다. 이 때부터 지바 롯데 팬들이 견제구에 대해 좋지 못한 감정을 갖게 됐다는 설이다.
이 외에도 J리그 축구팀의 응원 문화 중에 비슷한 게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부산 사직 구장을 언급하는 일본인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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