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간판타자 매니 마차도를 만나 홈런을 맞아보고 싶다고 했던 박영현(21·KT 위즈)의 MLB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에 나서는 각오가 바뀌었다. 이제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구위를 앞세워 마차도를 삼진으로 돌려보내는 게 목표다.
박영현은 지난 1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범경기에 구원 등판해 2이닝 무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박영현은 6-2로 앞선 6회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첫 등판이었던 9일 수원 LG전만 하더라도 페이스가 다소 더디게 올라오며 1⅓이닝 1사구 1탈삼진 1실점에 그쳤지만 이날은 제2의 오승환에 걸맞은 투구를 선보였다. 첫 타자인 고명준을 유격수 땅볼 처리한 뒤 하재훈을 루킹 삼진, 오태곤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깔끔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것.
8-2로 리드한 7회도 안정적이었다. 선두 김찬형과 조형우를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보낸 뒤 최경모를 중견수 뜬공 처리, 2이닝 퍼펙트를 완성했다. 이후 8-2로 앞선 8회 박세진과 교체되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는 29개.
경기 후 만난 박영현은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좋아지는 게 보이고 있다. 내 감각을 계속 살리려고 한다”라며 “직구가 만들어져야 변화구가 된다. 오늘은 체인지업이 너무 좋았다. 슬라이더, 직구도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 더 잘 던질 것 같다”라고 순조로운 빌드업을 알렸다.
신인 시절 포스트시즌 최연소 세이브로 전국구 스타가 된 박영현은 지난해 한층 향상된 기량을 앞세워 68경기(75⅓이닝) 3승 3패 4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2.75의 호투를 선보였다.
베테랑 노경은(SSG)을 2개 차이로 따돌리고 KBO 최연소 홀드왕을 차지했고, 노경은, 임기영(KIA), 김명신(두산)에 이어 불펜 최다 이닝 4위에 올랐다. 여기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라는 귀중한 경험까지 쌓았다.
박영현은 2024시즌 KT 뒷문을 책임질 클로저로 전격 발탁됐다. 부동의 마무리투수였던 김재윤이 스토브리그서 4년 총액 58억 원에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하며 공백이 생겼고, 이강철 감독은 장고 끝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박영현에게 마무리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박영현은 지난해와 달리 스프링캠프에서 구위가 더디게 올라오며 마음고생을 제법 했다. 시범경기에 돌입해서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는데 12일 경기에서 모처럼 포스트 오승환다운 모습을 뽐내며 걱정을 한 시름 덜었다.
박영현은 "캠프 초반 안 좋을 때는 마무리라는 이야기가 안 좋게 들렸다. 안 좋으니까 '올해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부담이 생겼다"라며 "그러나 이제 좋아지는 모습이 보이니 자신감도 생기고 설레기도 한다.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책임감이 더욱 생긴다"라고 심경 번화를 전했다.
박영현은 오는 17일과 18일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에 출전하는 팀 코리아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며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또는 LA 다저스 타자들을 상대할 기회를 얻었다. 박영현은 오는 15일 시범경기를 마치고 서울로 이동해 16일 첫 소집훈련을 갖는다.
박영현은 "대표팀인데 너무 짧게 있다가 온다. 그냥 구경하면서 즐기다가 오면 될 거 같다. 재미있을 거 같다"라고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박영현은 지난 7일 스프링캠프 귀국 인터뷰에서 " 지금 공을 보면 기대가 되지 않는다, 그냥 가서 차라리 홈런을 맞자는 생각으로 세게 던지려고 한다"라며 "내가 어떤 경기에서 던질지 모르겠는데 마차도와 한 번 상대를 해보고 싶다. 옛날부터 많이 찾아본 타자이고, 멋있는 선수다. 마차도에게 한 번 홈런을 맞아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때는 박영현의 구위와 자신감이 올라오기 전이었다. 마무리라는 새 보직에 대한 부담도 컸던 시기였다.
12일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은 박영현은 "마차도를 삼진 잡고 오겠다고 기사를 정정해주시면 좋을 거 같다"라고 웃으며 "마차도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초구는 직구를 던질 생각이다. 난 잃을 게 없고 그들과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삼진 잡으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추억이 될 거 같다"라고 메이저리그 스타플레이어와의 명승부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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