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복귀’ 효과 속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투수 왕국’ 꿈이 무르익고 있다. 류현진 한 명이 복귀했는데 선발진이 꽉 찬 느낌이다.
기존 선발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에 류현진이 들어오면서 5선발 한 자리를 두고 김민우, 황준서, 김기중, 이태양이 경쟁하는 형국이다. 현재로선 구위를 회복한 김민우가 5선발에 들어갈 확률이 높은데 그러면 황준서, 김기중, 이태양이 불펜으로 들어가 마운드 허리가 탄탄해진다.
이처럼 전체적인 마운드의 두께가 두꺼워진 한화이지만 마지막 고민이라고 할 만한 지점이 바로 마무리 자리다. 지난해 16세이브를 거두며 마무리 경험치를 쌓은 박상원이 있지만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때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최원호 한화 감독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1점대(1.96) 평균자책점으로 필승조가 된 주현상을 대안으로 두면서 마무리 경쟁 체제가 형성됐다.
최원호 감독은 마무리 자리에 대해 “조금 더 보고 있다. 구위는 상원이가 좋고, 안정감은 현상이가 있다. 둘이 합쳐놓으면 딱 좋은데”라며 “작년에 경험치를 먹은 상원이가 마무리를 해주면 좋다.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구종도 있다. 하지만 안정감이 떨어지는 게 고민을 하게 만든다. 지난해 WHIP(1.49)가 1점대 중반이었다. 마무리라면 WHIP 1.10 안으로 던져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WHIP 0.84로 극강의 안정감을 보인 주현상이 있지만 구위 면에서 박상원보다 조금 떨어진다. 직구 평균 구속은 박상원(147.2km)이 주현상(144.1km)보다 빠르다. 강속구에 포크볼이란 결정구를 갖춘 박상원은 9이닝당 탈삼진도 8.3개로 주현상(6.8개)보다 많다. 박상원이 안정을 찾아 마무리를 맡아주고, 주현상이 7~8회 셋업맨을 맡는 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둘이 합쳐놓은 게 전성기 오승환(삼성)이겠지”라고 웃으며 말한 최 감독은 “그렇게 따지면 서현이가 안정감 생기면 최고다. 쏘면 155km”라면서 2년차 파이어볼러 김서현(20) 이름을 꺼냈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하며 계약금 5억원을 받은 김서현은 트랙맨 기준 최고 160.7km(PTS 기준 158.4km)를 뿌리며 화제가 됐지만 20경기(1선발) 1세이브 평균자책점 7.25로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22⅓이닝 동안 볼넷 23개, 몸에 맞는 볼 7개로 제구가 흔들렸다.
지난해 시즌 중반 선발 수업을 받기도 했지만 불펜으로 방향성을 잡은 김서현은 한화가 마무리로 키워야 할 투수다. 최 감독은 “나중에 서현이가 마무리해야 한다. 경험치를 먹여서 향후 몇 년 안에는 마무리로 자리잡아야 팀이 세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성장통을 겪은 투수라 당장은 마무리 카드로 쓸 수 없지만 장래 한화의 ‘투수 왕국’ 꿈이 실현되기 위해선 김서현이 필승로조 경험을 잘 쌓아 9회를 책임져야 한다.
올해 준비 과정은 순조롭다. 정은원, 김민우와 함께 캠프 MVP에 선정될 만큼 좋아졌다. 지난해에는 팔 높이를 높였다 낮추길 반복했지만 마무리캠프 때 박승민 투수코치와 함께 낮춰서 던지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투구 밸런스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직구 평균 구속 151.7km로 문동주(151.0km)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진 김서현의 구위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불안한 제구를 잡는 데 신경썼고, 그 결과가 시범경기에서 나오고 있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 10일 대전 삼성전 1이닝 1볼넷 무실점으로 막고 시작했다. 최고 152km, 평균 151km 직구(9개) 중심으로 체인지업(2개), 슬라이더(1개)를 섞어 던졌다. 데이비드 맥키넌 상대로 던진 직구가 너무 힘이 들어가 원바운드 볼이 됐지만 그 외에는존을 크게 벗어난 공이 없었다. 12일 대전 KIA전도 ⅔이닝 무실점으로 안정감을 이어갔다. 최고 152km, 평균 151km 직구(8개)만 구사했다. 이것저것 섞는 것보다 장점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지난해 멘탈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은 김서현이라 최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시즌 초반부터 중압감이 큰 상황에 쓰지 않을 생각이다. 여유 있는 상황에서 시작해 점차 비중을 높여 필승조로 진입하는 육성 계획을 잡아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