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을 때 돌아온다던약속 지켰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ML 78승의 클라스를 과시했다.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에서 쾌투를 펼쳤다. 성적은 4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이었다. 첫 회 2안타를 맞고 점수를 내주었으나 이후 특유의 아트피칭으로 무실점으로 막았다.
직구, 커터,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체인지업이 살짝 풀려 이우성에게 2루타를 맞고 직구 하나가 한복판으로 들어가 적시타를 맞았지만 상대타율 4할의 까다로운 최형우를 헛스윙 삼진, 4회 1루 실책으로 빚어진 무사 2루 위기에서 만난 소크라테스를 3구삼진으로 잡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현장에서 류현진의 투구를 지켜본 이들은 하나같이 칭찬했다. 1회초 1사2루에서 적시타를 터트린 KIA 감도영은 "찬스에서 공격적인 타격을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나왔다"면서 "선배의 모든 구종이 완벽한 것 같다. 특히 제구력이 워낙 뛰어나고 빠른 공이 구속에 비해 힘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값진 경험을 했다"고 평가했다.
동료 3루수로 자리했던 옆에서 투구를 지켜본 노시환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봤던 투수 가운데 제구가 가장 좋다. 쳥백전 할때 느꼈지만 어이없는 볼이 없다. 모든 구종을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지는 능력을 갖췄다. 템포도 빨라서 수비도 집중되고 정말 편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범호 감독은 "류현진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타자들이 공을 보는 것만해도 우리에게는 좋은 하루가 될 것이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런 결과가 나왔다. 최원호 감독은 구속에 방점을 두었다. "최고 148km까지 나왔다. 목표 대로 4이닝동안 구위와 제구 모두 안정감이 있는 투구를 했다"고 호평했다.
류현진은 오랜만에 대전구장 팬들의 함성소리를 들으며 마운드에 오른 탓인지 1회는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볼을 던지는 템포와 밸런스, 그리고 제구는 예술에 가까웠다. 전혀 힘을 들이지 않고 보내고 싶은 곳에 배달하는 능력은 압도적이었다. 커브도 적절히 섞으며 스트라이크존 상하좌우에 모서리 네곳까지 이용하는 듯 했다.
류현진도 최고 구속이 148km까지 나오자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왔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시즌 개막에 들어가면 구속도 꾸준히 145km대 이상을 찍을 가능성도 높인 것이다. 모든 구종가치가 뛰어나고 제구력에 구속까지 뒷받침된다면 1선발의 책무를 잘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후배투수들이나 야수들에게도 큰 에너지를 불어넣은 투구였다.
류현진은 한화 복귀를 결단하면서 "한 살이라도 덜 먹고 몸이 좋을 때 돌아오고 싶었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다년 계약을 받아들였다면 나이 마흔 즈음에 돌아온다. 그렇다면 12년전 다저스에 입단할 때 복귀 약속이 퇴색될 수 밖에 없었다. 몸과 구위가 좋을때 돌아와 보답하는 것이 도리라는 것이었다. 그는 두 번째 실전에서 구위와 몸으로 확실히 약속을 지켰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