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공 테이프 붙여 훈련, 고시엔 4강 쾌거...KIA, '한국어 교가' 교토국제고에 1000구 쏘았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4.03.13 12: 40

"절차탁마하겠습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구단은 지는 5일 일본의 한 학교에서 보내온 편지를  받았다. 교토부의 교토 국제고교가 보내온 기부에 대한 감사 편지였다. KIA는 지난 2월 말 교토 국제고 야구부에 사용구 1000개를 선물했다. 국제고 야구부원들이 고가의 경식공이 모자라 헤지면 비닐테이프까지 붙여서 사용한다는 사정을 들었던 것이다.
심재학 단장은 지난 2월 일본 고치현 2군 스프링캠프 방문 당시 현지 교포에게서 교토 국제고 야구부의 상황을 들었다. 도움을 줄 방법을 찾다가 선수들이 쓰고 있는 야구공를 선물하기로 결정하고 택배로 전달했다. 교토 국제고는 오는 18일 시작하는 제96회 일본고교선발야구대회(일명 봄 고시엔 대회)에 교토 대표로 출전하는 강호이다. 고시엔 대회는 모든 고교야구선수들이 출전하고 싶은 꿈의 무대이다.  

한국 프로야구단이 갑자기 일본 고교팀에게 공을 기부하는 일을 의아하게 여길 수 있다. 교토 국제고의 역사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교토 지역은 일제강점기에 건너간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교토 국제고는 광복후에도 귀국하지 않고 교토에 생활을 터전을 잡은 교포들이 뜻을 모아 자녀 교육을 위해 창립한 학교였다.
2004년 일본정부의 인가를 받은 정식 고교가 됐다. 학생수는 130명 남짓 졍도이다. 현재는 시대적 흐름상 재일 한국인 보다는 일본 국적의 학생들이 대다수 구성원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지금도 "동해 바다 건너서~"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를 채택하고 있다. 경기 열리면 한국어 교가가 고시엔 구장에 힘차게 울려퍼진다. 
지난 2021년 봄 고시엔 대회에 창단 22년만에 교토대표로 처음으로 출전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뿐만 아니라 연일 파란을 일으키며 4강까지 진출하는 새 역사까지 만들었다. 일본 열도에 한국어 교가가 울린다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자 많은 주목과 응원을 보냈다. 구단은 한민족에 뿌리를 둔 학교 야구부의 사정을 듣고 흔쾌히 야구공을 쾌척한 것이다.  
교토국제고 박경수 교장은 야구부의 고시엔 대회 출정식 사진과 함께 감사의 편지를 통해 "1000개의 야구공을 기부해 주셔서 감사하다. 매우 귀중해 평소 부원들이 낡은 야구공에 비닐 테이프를 감아 재사용하고 있었다. 앞으로 더욱 절차탁마하는 도구로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본교는 종전후 동포 교육을 위해 창립했고 시대의 흐름과 함께 일본정부의 인가를 받았다. 현재는 한국 국적 이외의 학생들이 대다수이다"며 "창단 19년만인 2021년 첫 고시엔 대회를 출전했고 이번에 4번째 출전을 확정했다. 갈 곳 없는 아이들에게 거쳐를 마련할 목적으로 만든 야구부였지만 훌륭한 지도자들의 노력으로 오늘에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교토 국제고는 이름처럼  진정한 국제인을 길러내는 교육의 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귀중한 기부에 감사드리며, 3월18일부터 시작되는 제 96회 선발대회, 고시엔에서 활약할 교토국제 야구부의 멋진 모습을 응원 부탁드리겠다"고 고마움을 다시한번 전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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