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7번 선발 후보이다".
"항동하와 함께 선발투수들이 안좋거나 부상을 입었을때 활용하는 6번, 7번 선발로 생각하고 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6번과 7번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평가하는 자리이다. 선발로 키우고 싶은 선수이다. 그래서 오늘 선발로 나가서 경기를 한번 해보라고 올렸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이글스와의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앞두도 선발등판하는 좌완 장민기(21)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탄탄한 5선발진의 뒤를 받치는 예비 선발로 키우고 있는 투수라는 것이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
지난 9일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 첫 날 마운드에 올랐다. 7회 등판해 4타자를 상대했다. 박한결과 김한별을 모두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러나 박영빈과 박건우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고 강판했다. 직구 최고구속 140km를 찍었고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제구가 흔들렸다.
선발기회를 얻은 이날 1회 2안타 5사사구 7실점의 수모를 겪었다. 볼넷 2개를 내주고 1사후 노시환에게 우월 스리런포를 맞았다. 2사후에도 2루타를 맞았고 볼넷에 이어 두 타자 연속 사구로 밀어내기 점수를 허용했다. 마운드를 지킬 힘이 없어 강판했다. 결국 신인 김민주가 급하게 오르느라 2볼넷 2안타를 맞아 실점이 불어났다. 42구를 던졌지만 스트라이크는 19개에 불과했다.
장민기는 마산 용마고 출신으로 2021 신인드래프트 2차 2번(14순위)으로 뽑힌 유망주였다. 당시 신인으로 21경기에 등판해 2승1패2홀드, 평균자책점 3.47의 인상적인 성적을 남겼다. 구속은 130km대 후반이지만 볼끝이 좋고 슬라이더와 포크도 던지며 좌완 릴리프요원으로 잠재력을 보였다. 흔들리는 제구가 숙제였다.
2022시즌 5월에 상무에 합격해 입대했고 작년 가을 제대했다. 상무에서 2년동안 16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마무리캠프에서 가능성을 보여주자 선발요원으로 분류되었다. 몸도 제법 탄탄해졌다.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대표로 참가했고 2024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었다. 이범호 감독도 항상 예비선발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범경기 첫 선발등판에서 수모를 겪었다.
상대 선발투수가 거물투수 류현진인지라 많은 언론매체가 몰려들었고 3500명의 관중이 지켜봤다. 아울러 다소 쌀쌀한 날씨라는 변수가 제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이 정도의 수모를 겪을 투수는 아니었다. 아직은 시범경기이다. 젊은 시절의 시련은 보약이다. 강인한 의지로 극복해야 큰 투수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장민기의 부진으로 KIA는 일단 6~7번 예비 선발 구축 작업에는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풀기 어려운 과제 하나를 얻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