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킬러’였다.
롯데 자이언츠의 새 외국인 선수 빅터 레이예스는 빅리그 경험이 꽤 많은 선수다. 지난 2018년부터 5시즌 동안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소속으로 타율 2할6푼4리(1214타수 321안타) 16홈런 107타점 OPS .673의 기록을 남겼다. 2018년 가장 많은 100경기에 나섰고 2019년에는 69경기에 나서서 타율 3할4리(276타수 84안타) 3홈런 25타점 9도루 OPS .767로 준수한 성적을 남기기도 했다. 2022년까지 빅리그 생활을 했고 많은 투수들을 만났다.
낯선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적응을 해야 하고 투수들도 만나야 하는데, 레이예스도 이미 만나본 선수가 있다. 바로 한화 이글스로 금의환양한 빅리그 78승 투수 류현진이다. 지난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 계약이 끝난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잔류와 국내 복귀를 저울질했다. 빅리그 구단들 가운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이 류현진 영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한화와 최대 8년 170억원이라는 KBO리그 역대 최고액 계약을 맺고 복귀했다.
류현진의 일거수일투족을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고 류현진의 상대팀들도 류현진을 궁금해 하고 있다. 류현진이 복귀한 한화는 현재 가장 시선을 많이 끄는 팀이 됐다. 또 류현진 한 명으로 한화는 만만치 않은 전력 증강 효과까지 얻었다.
류현진은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3피안타 무4사구 3탈삼진 1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투구수 62개로 개막전 선발을 위한 컨디션 조절을 마쳤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17일 사직 롯데전에서 개막전을 앞둔 마지막 리허설을 펼칠 전망. 이때 레이예스와 류현진의 맞대결이 다시 한 번 성사된다. 레이예스와 류현진은 초면이 아니다. 지난 2021년 정규시즌에서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2021년 8월22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경기에 류현진은 토론토의 선발 투수로, 레이예스는 디트로이트의 9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장한 레이예스는 1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류현진의 4구째 76.4마일(약 123km) 커브를 받아쳐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타구속도 98마일(약 158km)의 안타였다.
6회초 선두타자로 나서서 두 번째로 만난 류현진을 상대로는 2볼 2스트라이크에서 낮은 코스의 79.1마일(127km)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중전 안타를 기록했다. 맞대결 결과,레이예스가 류현진을 상대로 2타수 2안타로 완승을 거뒀다. 레이예스는 류현진 상대 ‘10할 타자’다. 다만, 이날 경기는 류현진이 7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12승 째를 따냈다.
2021년 류현진은 14승10패 평균자책점 4.37의 기록을 올렸다. 이 시즌에 레이예스가 류현진에게 아주 미세한 생채기를 냈다. 레이예스는 류현진이 복귀하고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소식에 “(류현진이)토론토에 있을 때 한 번 맞붙은 적이 있다”라고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번에 한국으로 복귀한다고 했을 때 나도 기분이 좋았고 또 한국의 레전드 투수와 다시 한 번 맞붙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분 좋다”라고 웃었다.
총액 95만 달러(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에 롯데와 계약한 레이예스는 196cm 87kg의 건장한 체구에 스위치히터 유형의 타자다. 완전한 거포 유형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힘을 갖고 있기에 거포로서도 발돋움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올해 롯데 외야진 한 축을 담당하며 타선의 핵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시범경기에서는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3경기 모두 경기에 나서서 10타석 8타수 3안타(2루타 1개) 2볼넷 2삼진 타율 3할7푼5리 OPS 1.000을 기록 중이다.
최대한 신중하게 공을 보고 타격을 하면서 양질의 타구들도 많이 생산해내고 있다. 과거 양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바 있기에 다리 상태를 지켜봐야 하기에 중견수 포지션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지만 타석에서 기대감을 갖게 해주기에는 충분한 선수다.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3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레이예스는 1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맞이한 첫 타석에서 두산 선발 김민규의 145km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맞자마자 홈런을 직감할 수 있었던 130m 대형 아치였다. 그런데 레이예스의 홈런은 기록에서 사라졌다. 경기 시작 이후 내리던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면서 그라운드를 적셨다. 결국 4회초 개시를 앞두고 우천 중단됐고 롯데 김태형 감독, 두산 이승엽 감독, 그리고 심판진이 논의 끝에 우천 취소 결정을 내렸다. 아직 시즌을 준비하는 시범경기 기간이기에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레이예스 입장에서는 아쉬울 노릇. 시범경기라도 홈런은 언제나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특히 낯선 나라, 새로운 무대에서 때려낸 홈런이라면 더더욱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홈런을 쳤을 때 상당히 기분이 좋았는데 비가 와서 아쉽다”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시범경기지만 그래도 동료들은 레이예스의 첫 홈런을 축하하기 위해 덕아웃으로 돌아온 래이예스를 맞이해주지 않았다. 침묵 세리머니를 펼쳤다.
일단 홈런에 개의치 않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동료들의 도움도 크다. 그는 “다들 너무 친절하게 잘 대해준다.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한국에 오니까 더 그런 느낌을 받는다”라면서 “차분하고 진중한 성격이지만 우리가 야구를 하는 이유는 우승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목표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장난도 치고 다가가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투수들이 어떤 구종을 던지고 어떤 스타일인지 빨리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해야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매일 시범경기에 출장하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말하면서 마지막까지 한국 투수들을 신중하게 파악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