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한 볼 던지겠다".
KIA 타이거즈 새로운 외국인투수 윌 크로우(29)가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괴력의 투구를 했다.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선발등판해 4이닝을 4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막았다. 모두 40구를 던지며 12타자를 셧아웃했다. 단 한 명의 타자로 1루를 밟지 못했다.
1회말은 2루 땅볼, 1루 땅볼, 헛스윙 삼진으로 막았다. 2회도 1사후 연속삼진으로 돌려세웠고 3회도 땅볼 2개와 삼진 하나를 곁들였다. 4회는 1루 땅볼, 1루 땅볼, 유격수 땅볼이었다. 단 하나의 타구도 외야로 날아가지 않았다. 8개의 땅볼을 모두 신무기 싱커로 빚어냈다. KIA 입단을 앞두고 새로 연마한 구종이었다.
4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내면서 1선발의 위용을 과시했다. 이날 던진 구위로만 본다면 2009년 아퀼리노 로페즈, 2017년 헥터 노에시, 2021년 애런 브룩스를 뛰어 넘는 구위였다. 메이저리그 10승을 따낸 풀타임 빅리거의 위용이었다.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를 연상케하는 압도적 투구였다.
이범호 감독은 1선발 후보인 크로우의 호투에 고무적인 평가를 했다. "크로우는 구위와 제구 모두 좋은 모습이었다. 투구수가 적었는데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지금의 컨디션만 유지해준다면 한 시즌 동안 본인의 역할을 해줄것으로 기대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경기후 크로우는 "4이닝을 완벽하게 막아 좋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노력했다. 3회 4회 5회를 던지며 내 매카닉을 찾는게 중요하다. 오늘 4회도 올라왔는데 내 매카닉이 일정하게 유지된 점이 좋았다. 오늘 추웠지만 최선을 다해 100%으로 던졌다. 불펜에서 15개 정도 더 던지며 보완했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크로는 경기전 대전구장 마운드에 올라가 세심하게 점검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마운드가 미국과는 좀 다르다. 대전구장 마운드가 챔피언스필드보다 좀 낮은 것 같았다. 마운드 뿐만 아니라 경기장 분위기를 보기 위한 것도 있다. 1시간 후에는 내가 던지고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지 메이킹을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화제를 모은 것은 구종이었다. 포심과 커터, 싱커, 스위퍼, 커브를 섞었다. 특히 싱커의 위력이 대단했다. 전력분석팀에서 투심으로 분석된 구종이 새로운 싱커였다. 모두 11개를 던졌는데 횡 무브먼트가 아닌 종 무브먼트 구종이었다. 크로우는 "아마 투심으로 찍힌 것이 종으로 떨어지는 싱커이다. 오늘 모든 땅볼이 싱커를 던져서 나온 것이다. 예전 싱커는 양쪽으로 수평적인 움직임이 있다면 오늘 던진 것은 상하로 움직임이 있다. 그래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완벽했지만 아쉬움도 드러냈다. 느린 커브의 구사력이었다. "모든 구종을 만족하게 던졌다. 다만, 커브는 기존에 던진 것 보다 더 느리고 큰 변화구이다. 아직은 좀 더 연마가 필요할 것 같다"며 "직구, 커터, 슬라이더 모두 다른 사인을 가지고 있다. 시즌에 들어가면 포수와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로봇판정(ABS)와 피치클록에 대한 인상도 밝혔다. "ABS는 좋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괜찮았다. 야구의 한 부분이어서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ABS가 볼로 콜했던 공이 예전에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던 것도 있었다. 그래서 좀 아쉬웠다. 피치클록은 좋다. 선수들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들고 시간을 단축하게 만는다"고 밝혔다.
최고의 볼을 보여주고도 마지막으로 화끈한 약속도 했다. 더 강한 볼을 던지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강한 볼을 던지는것이 목표이다. 현재로 어깨나 몸상태가 좋다. 날씨가 30도 정도 넘어가면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감도 드러냈다. 크로우는 남은 경기에서 한 번 정도 등판한 이후 정규리그 마운드에 선다. 23일 키움 히어로즈와 개막전 등판여부가 주목을 받는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