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고우석(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시범경기에서 ⅓이닝 동안 대거 5점을 헌납하는 악몽을 경험했다.
고우석은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의 템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 구원 등판해 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졌다.
고우석은 4-0으로 앞선 6회말 로건 길라스피에 이어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7일 신시내티 레즈전(1이닝 무실점) 이후 나흘 만에 등판이었다.
시작부터 불안했다. 메이저리그 간판타자 마이크 트라웃을 만나 우측으로 향하는 3루타를 허용했다. 이후 리반 소토의 볼넷으로 이어진 무사 1, 3루 위기에서 애런 힉스를 만나 2타점 2루타를 헌납했다.
고우석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계속된 무사 2루에서 테일러 워드 상대로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았고, 후속 브랜든 드루리에게 뼈아픈 우중월 역전 투런포를 내줬다. 시범경기 첫 피홈런이었다.
고우석은 풀카운트 승부 끝 로건 오하피를 루킹 삼진으로 잡고 간신히 첫 아운카운트를 잡았다. 이어 잭 네토에게도 평범한 우익수 뜬공을 유도했지만 우익수 팀 로카스트로가 이를 놓치는 황당 실책을 범하며 다시 1사 2루 위기에 처했다. 운까지 따르지 않은 경기였다.
고우석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4-5로 뒤진 6회 1사 2루에서 션 레이놀즈와 교체되며 씁쓸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후 레이놀즈가 미키 모니악과 터커 플린트를 연속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끝내며 승계주자 1명이 지워졌지만 이미 5점을 내준 뒤였다.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종전 3.00에서 16.20까지 치솟았다.
고우석은 지난 1월 2년 450만 달러(약 59억 원) 조건에 샌디에이고 입단을 확정지었다. 2024년 175만 달러(약 23억 원), 2025년 225만 달러(약 29억 원)를 받으며, 2026년 상호 옵션으로 300만 달러(약 39억 원)가 걸려 있는 조건이다. 옵션이 실행되지 않을 경우 고우석은 50만 달러(약 6억 원) 바이아웃 금액을 받고 FA로 풀린다. 세부 옵션까지 포함 고우석은 3년 최대 940만 달러(약 123억 원)를 수령할 수 있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 1차 지명된 고우석은 2019년부터 LG의 붙박이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7시즌 통산 354경기 19승 26패 139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고, 2022년 평균자책점 1.48과 42세이브로 세이브왕을 처음 차지하며 리그 최고 마무리로 등극했다.
지난해에는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목과 어깨 부상을 당하는 등 잔부상으로 인해 한해 성적이 44경기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에 그쳤다. 한국시리즈에서도 4경기 1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8.31로 부진했지만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팀의 통합우승에 일조하며 생애 첫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고우석의 이날 전까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성적은 3경기 평균자책점 3.00이었다. 3월 1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 1이닝 무실점, 3월 4일 시애틀 매리너스전 1이닝 1실점, 7일 신시내티전 1이닝 무실점으로 순항했지만 에인절스 강타선을 만나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제대로 실감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