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는 예외 조항을 두면 좋지 않을까"
시범운영되는 ‘피치클락’에 대해 현장의 의견이 분분하다. 선수들의 경기력에 지장을 받는다며 불만을 표출하는가 하면, 팬들을 위해 경기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으로 지지하는 의견도 있다.
KBO는 올 시즌 KBO리그에 자동투구 판정시스템(ABS), 피치클락(시범운영), 수비 시프트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 등을 도입한다. '로봇 심판'인 ABS는 100% 일관되고 정확한 볼 판정을 내리는 것이라 현장에서도 반기고 있다. 그러나 전반기 시범운영을 하는 피치클락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크다.
피치클락은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는 18초, 주자가 있을 때는 23초 이내에 투구를 해야 한다. 타자와 타자 사이(타석 간)에는 30초 이내에 투구해야 한다. 또 포수는 피치클락의 잔여 시간이 9초가 남은 시점까지 포수석에 위치해야 한다. 타자는 피치클락 종료 8초 전까지 타격 준비를 완료하고 타석에 서야 한다.
투수 교체는 2분 20초, 이닝 교대 시간은 2분이다. 피치 클락 규정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투수는 주자가 있을 때 투구판에서 발을 빼는 행위는 3회까지만 허용된다. 타자의 타임 횟수는 타석당 1회로 제한된다.
피치클락 규정을 투수와 포수가 위반하면 볼이 선언되고, 타자가 위반하면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그런데 피치클락은 전반기 시범운영이라 위반을 하더라도 볼/스트라이크를 선언하지 않고, 구두 경고에 그친다.
KBO는 "불필요한 경기 지연 감소를 위해 도입된 피치클락은 전반기 시범운영 되며, 위반에 따른 제재 보다는 선수단의 적응과 원활한 경기 흐름을 유지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위반에 따른 제재 적용 여부와 시점은 전반기 운영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추후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치클락 위반은 9일 5경기에선 총 39회 나왔다. 투수가 14회, 타자가 25회 위반했다. 10일 5경기에서는 총 21회였다. 투수가 9회, 타자가 12회였다. 이틀 동안 총 60회, 투수가 23회, 타자가 37회로 타자가 더 많다.
염경엽 LG 감독은 ‘피치클락’에 적극 찬성파다. 이미 메이저리그가 가장 먼저 피치클락을 실시하고, KBO가 지난해 도입을 논의하고 결정하자 일찌감치 준비했다고 한다.
염 감독은 1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KT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피치클락 준비에 대해 언급했다. 염 감독은 “우리는 캠프 때부터 준비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12월에 개인 훈련 할 때부터 준비했다. 어차피 해야 되는 거니까 선수들이 미리 시간을 생각하고 준비하라고, 집에서라도 (시간을 재면서) 호흡 해보라고 했다. 캠프에서 시작하는 것과 12월에 개인 훈련할 때부터 본인들이 의식하고 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투구 템포가 느린 투수는 피치클락에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피치클락이 투수들의 홀딩 동작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주자가 있을 때 타이밍 싸움을 하기 위해) 공을 길게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투수들은 좀 더 빠르게 템포를 가져가야 하고, 그러다 보면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 투수들은 9일 시범경기에서 단 1명도 피치클락을 위반하지 않았다. 10일 경기에서도 피치클락을 위반한 LG 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LG 타자 중에서 박동원이 9일 경기에서 유일하게 피치클락을 위반했다. 그런데 사연이 있다.
염 감독은 “포수는 타석에 들어갈 때 좀 늦을 것이다. 포수는 한 번씩은 걸릴 수 있다”며 “피치클락 없을 때 심판들이 포수는 타석 준비에 양해를 해줬다. 왜? 포수 장비를 풀고 와야 하니까. 그런데 피치클락에서 똑같이 23초(타자는 8초 남을 때까지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를 적용하면 포수가 제일 많이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박동원은 9일 경기에서 4회초 첫 타석 때 피치클락을 위반했다. 수비를 마치고 포수 장비를 풀고 정비하고 나오느라 늦은 것으로 보였다. 이닝 교대 때 2분의 시간이 주어지지만 포수가 곧바로 첫 타석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염 감독은 “피치클락을 해도 포수에 대해 예외를 줘야 한다. 1스트라이크 먹고 들어갈 수도 있다. 포수는 다른 야수들보다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니까. 호흡하고, 준비하는 시간에 불이익을 당하고, 그냥 초구는 못 치고 포기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포수는 그걸 감수하라고 할지, 예외 조항을 줄 건지”라며 포수에게는 몇 초 더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염 감독은 “(먼저 도입한) 메이저리그에는 포수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다. 포수도 똑같이 하라고, 알아서 준비하라고 한 것이다. 우리도 미국처럼 포수가 알아서 하라고 할건지, 디테일하게 포수한테 예외를 줄 건지. 메이저리그가 정답은 아니다. 우리에게 맞는 규정을 만들면 된다. 포수에게 3초 정도 더 준다고, 메이저리그와 다르게 한다고 문제가 되는 건 아니잖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제 KBO리그도 몇 년인가. 우리 리그에 맞는 규정, 규약도 필요하다. 반대로 미국이 우리 것을 따라할 수도 있다. KBO는 포수에게 3초를 더주네, 나쁜 방법은 아닌 것 같네. 그걸 메이저리그가 따라할 수도 있는 거고. 미국에서 실행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반대다. 우리에 맞게, KBO는 MLB보다 (피치클락을) 3초씩 늘렸잖아요. 이건 잘했다고 봐요. 아이디어를 카피는 하지만 우리 리그에 더 맞는 방식으로 창의력을 발휘해서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또 다른 리그에서, 일본이 늦게 하면서 MLB 것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을 따라올 수도있다. 우리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규정과 규약을, KBO리그 만의 자존심을 만들어야 된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 감독은 전날(9일) 첫 시범경기를 앞두고, ABS와 피치클락의 도입을 적극 찬성했다. 무엇보다 경기 시간을 단축해서 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서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피치클락을 위반해도 시범운영이라 구두 경고에 그치지만, 염 감독은 "우리는 최대한 피치클락을 지키려고 할 것이다”고 했다.
그는 “메이저리그를 봐도 그렇고, 야구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우리도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팀은 투수와 타자 모두 피치클락을 최대한 지키고, 적응하자고 했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앞으로 어차피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룰 안에서 경기하도록 스프링캠프 때부터 준비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그 이유로 "팬들께 좀 더 지루하지 않고 스피디한 경기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팬들과 관계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팬들이 좋아하신다. 또 메이저리그에서 (피치클락) 시행 후 경기당 20분 이상 줄었지 않느냐. 많은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MLB 방식을 무조건 따르기 보다는 KBO의 환경을 고려해서 규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염 감독은 "미국 야구는 작전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작전 수행이 필요한 야구다. KBO도 그래서 사인 전달 등 여러 부분을 생각해서 미국보다 3초 여유를 더 준 것이라 본다. 시범운영을 하면서 여러가지를 체크해야 한다. 데이터를 쌓아서 보완하고, 완벽하게 갖춘 상태에서 KBO만의 피치클락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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