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전체 1순위가 아니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좌완 신인 황준서(19)가 시범경기 데뷔전에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최고 구속 146km에 제구 되는 좌완으로 스플리터라는 확실한 결정구도 프로에서 통할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황준서는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 3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4이닝 60구 정도를 계획하고 올라갔는데 4회 첫 타자까지 57구로 프로 첫 공식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회 시작부터 좋았다. 삼성 1번타자 김현준을 상대로 초구 141km 직구를 던져 스트라이크 잡은 황준서는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주무기 스플리터를 몸쪽 낮게 떨어뜨렸다. 김현준의 배트가 따라나왔지만 허공을 가르면서 시범경기 첫 아웃카운트를 탈삼진으로 장식했다.
이어 김성윤도 2구째 스플리터로 2루 땅볼을 이끌어낸 황준서는 구자욱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넌을 3구 삼진 돌려세웠다. 초구 직구, 2구 스플리터로 투스트라이크를 잡더니 결정구로도 스플리터를 활용,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며 첫 이닝부터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줬다.
2회 첫 실점을 했지만 위기 관리 능력도 돋보였다. 1사 후 전병우에게 던진 2구째 스플리터가 높게 들어가면서 좌측 펜스를 직격하는 큼지막한 2루타가 된 뒤 류지혁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어 김재성에게 2루수 오른쪽에 빠지는 1타점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줬다.
하지만 계속된 1사 1,2루에서 연속 탈삼진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김영웅을 4구째 140km 바깥쪽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황준서는 김현준을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피치 클락을 위반하면서 경고를 받았다. 이어 직구가 연이어 파울로 커트되면서 7구까지 승부가 이어졌지만 이번에도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결정구 삼아 헛스윙 삼진 잡았다. 위기 상황에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확실한 위닝샷의 힘이 컸다.
3회에도 김성윤을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시작한 황준서는 구자욱에게 스리볼에서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4구째 가운데 직구를 맞아 우측 2루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1사 2루에서 맥키넌을 유격수 땅볼, 오재일을 2루 땅볼 처리하며 이닝을 정리했다. 4회 선두 전병우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장민재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총 투구수 57개로 스트라이크 34개, 볼 23개. 최고 146km, 평균 142km 직구(35개) 중심으로 스플리터(15개), 커브(7개) 등 3가지 구종을 사용했다. 고교 시절부터 제구가 좋은 투수로 인정받았는데 이날도 존을 크게 벗어나는 공 없이 안정감을 보였다. 스플리터가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방망이를 잘 유인했다. 여기에 110km대 느린 커브를 가미하며 완급 조절까지 했다.
장충고 출신 좌완 투수 황준서는 고교 2학년 때부터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될 정도로 잠재력을 뽐냈다. 지난해 9월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 지명을 받았고, 호주 멜버른부터 일본 오키나와로 이어진 1~2차 스프링캠프 기간 5선발 후보로 눈도장을 찍었다. 통산 34승을 기록하며 풀타임 선발만 3시즌이나 되는 우완 김민우와 5선발 유력 후보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5선발 자리를 김민우가 꿰찬다고 해도 황준서는 1군에 불펜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선발 자리가 없어도 불펜으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급격히 볼질을 한다든가 난타를 당하는 모습이 없다”며 황준서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지금 페이스라면 1군 개막 엔트리 승선이 유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