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영하(27)가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3이닝 동안 호투를 선보이며 17승 영광 재현 도전 전망을 밝혔다.
이영하는 10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1피안타 2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팀의 3-1 승리를 이끈 값진 호투였다.
최원준에 이어 시범경기 두 번째 선발투수로 낙점된 이영하. 1회 시작과 함께 선두 김혜성을 초구에 중견수 뜬공 처리했다. 후속 로니 도슨을 만나 2스트라이크를 선점하고도 볼넷을 내줬지만 임지열을 초구에 2루수 직선타, 최주환을 2루수 뜬공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1회 투구수는 11개.
1-0으로 앞선 2회에는 선두 김휘집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후속 송성문을 병살타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김동헌을 만나 좌전안타를 허용하며 다시 주자를 내보냈다. 이영하는 주성원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보내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2점의 리드를 안은 3회가 가장 안정적이었다. 이재상, 김혜성, 도슨을 만나 공 11개로 깔끔한 삼자범퇴 이닝을 치렀다. 이재상과 김혜성을 연달아 3루수 땅볼 처리한 뒤 도슨을 1루수 땅볼로 돌려보냈다.
이영하는 2-0으로 앞선 4회 김동주에게 바통을 넘기고 기분 좋게 첫 실전을 마쳤다. 투구수는 40개.
이영하는 최고 구속 148km의 직구(20개) 아래 슬라이더(16개), 포크볼(4개) 등을 곁들였다. 다만 슬라이더(스트라이크 5개-볼 11개) 제구가 다소 흔들리며 총 투구수 40개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21개(19개)로 다소 적었다.
이영하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생각보다 조금 추워서 아직 몸이 다 올라온 것 같지는 않다”라며 “그래도 절반 정도는 내가 원하는 대로 됐다. 타자 상대하는 데 있어서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었다. 지금 정도 컨디션이면 바로 개막을 해도 괜찮을 거 같다. 하지만 시간이 더 있기에 여유롭게 준비해서 천천히 끌어올리겠다”라고 첫 실전 투구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2016년 두산 1차 지명된 이영하는 2019년 17승을 거두며 대한민국 야구를 이끌 우완 에이스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영광도 잠시 최근 4년 동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방황을 거듭했고, 학교폭력 미투 사태까지 연루되며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영하는 작년 5월 무죄 선고와 함께 마운드로 복귀해 36경기 5승 3패 4홀드 평균자책점 5.49로 1군 분위기를 익혔다. 이후 스스로 선발 경쟁을 선언, 2024년 스프링캠프에 앞서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미니캠프로 향해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스프링캠프까지 성공적으로 치른 이영하는 현재 최원준, 김동주와 함께 4, 5선발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이다.
이영하는 “감독님이 빨리 보직을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웃으며 “물론 감독님도 고민이 많이 되실 것이다. 내 욕심 때문에 전력으로 직진할 생각은 없다. 내가 잘 조절하다 보면 코치님이 이야기해주시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 안 해주면 자연스럽게 불펜을 가면 된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자신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경쟁자’ 김동주의 투구를 본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이영하는 “(김)동주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생각을 많이 안 하고 있다. 지금 선발한다고 나중에 시즌 끝날 때도 선발일 수는 없다. 서로를 본다기보다 그냥 각자 할 거에 집중하고 있다. 너무 의식하면 좋은 말로 경쟁이 될 수 있지만 안 좋은 마음을 먹게 될 수도 있다. 그런 걸 절대 티 내지 말고 서로를 응원해주는 게 좋다. 오늘 동주가 잘 던져서 기분이 좋았다”라고 밝혔다.
이영하는 선발 경쟁 자체만으로도 새 시즌 준비에 있어 큰 동기부여가 된다. 그 동안 힘들었던 시간을 청산하고 다시 17승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을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영하는 “내가 어떻게 해야할 지 정리가 되니 마음이 편하다. 운동할 때 집중력이 확실히 전보다 많이 좋아져서 기대가 된다”라고 설렘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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