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부터 관중들이 가득찬 거 보고 놀랐다.”
한화 이글스에서 재기를 노리는 베테랑 포수 이재원(36)이 대전 팬들에게 강렬한 첫선을 보였다. 선발 포수로 나와 홈런을 치고, 도루 저지를 이끌어내며 공수에서 성공적인 이적 신고식을 치렀다.
이재원은 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2024 KBO리그 시범경기 삼성 라이온즈와의 개막전에 8번타자 포수로 선발출장, 4회 동점으로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보이며 공수에서 한화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18년 몸담은 SSG 랜더스를 떠나 방출 시장에 나온 이재원은 연봉 5000만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SSG에서 코치를 제의했지만 현역 연장 의지가 강했고, 포수 뎁스 보강에 나선 한화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호주 멜버른, 일본 오키나와로 이어진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에 빠르게 녹아든 이재원은 시범경기 개막전부터 선발 마스크를 썼다. 1회 무사 1루에서 삼성 김지찬이 2루 도루를 시도했지만 이재원이 공을 받자마자 미트에서 빠르게 빼고 2루로 던져 도루 실패를 유도했다. 김지찬은 2루로 뛰던 중 1루로 돌아갔지만 유격수 하주석의 송구가 1루수 채은성에게 향하며 태그 아웃됐다.
선발투수 리카르도 산체스가 1회 2점을 내주며 고전했지만 2회부터 이재원은 직구 위주로 공격적인 패턴을 요구해 안정을 이끌어냈다. 산체스는 4회 1사까지 3⅓이닝 3피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다. 이후 김규연, 이민우, 이태양과 호흡을 맞춰 7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안방을 지켰다.
타석에서의 존재감도 빛났다. 2회 첫 타석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4회 선두타자로 나와 동점 솔로 홈런을 폭발했다. 볼카운트 1-1에서 삼성 선발 이호성의 3구째 한가운데 몰린 140km 직구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그래도 넘겼다. 비거리 110m. 타자 일순으로 돌아온 4회 두 번째이자 이날 3번째 타석에서도 이재원은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지만 워닝트랙까지 타구를 보내며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경기 후 이재원은 “홈런을 친 것보다 시범경기부터 만원 관중이 가득찬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포스트시즌 같은 느낌이었다”며 1만2000석 유료 관중이 시범경기부터 이례적으로 꽉 찬 것에 놀란 기색을 보였다. 한화의 시점경기 매진은 지난 2015년 3월7~8일 LG 트윈스전(1만3000석) 이후 9년 만이다.
이어 이재원은 “지금 내가 잘할지 못할지 결과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타겨코치님들이 좋았던 모습을 많이 찾아주려고 했다. 캠프 때도 과정이나 느낌이 좋았고, 시범경기에서 잘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결과 이전에 타석에서 끈질긴 모습, 쉽게 안 죽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느낌이 왔다. 수비에서도 투수들과 많이 대화하면서 잘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1군 27경기 48타석에서 무홈런으로 끝난 이재원이기에 이날 홈런이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첫 타석에 타이밍이 조금 늦어서 앞에다 놓고 치려고 했는데 실투가 들어와 운 좋게 넘어갔다”는 이재원은 “작년에는 홈런을 못 쳤었는데…시범경기라도 생각보다 빨리 홈런이 나와서 기분 좋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재원은 “공수에서 큰 실수 없이 무난하게 했다는 것이 내게 중요하다”며 “팀 승리를 했다는 것이 가장 크다. 분위기가 좋으니 나도 같이 융화돼 움직이고 있다. 투수진에는 기둥 (류)현진이가 있고, 야수 쪽에선 (채)은성이가 큰 역할을 해주고 있어 올 시즌 더 기대된다”며 “캠프 때부터 투수들의 공을 많이 받았고, 거의 다 알아가는 단계에 있다. 워낙 좋은 투수들이 많아 내가 좀 더 운이 좋은 것 같다. (최)재훈이, (박)상언이도 있는데 포수들이 같이 잘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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