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중에 분명히 한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이 '형님리더십'으로 잘 알려진 스승 김기태 전 감독과의 작은 에피소드를 밝혔다. 감독으로 선임되자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 인사를 드렸다는 것이다. 김 전 감독도 메시지를 보내 제자의 사령탑 부임을 축하했다. 선수와 감독으로 타이거즈 11번째 우승을 함께 한 인연이 이어진 것이다.
이 감독은 지난 8일 취임식을 마치고 "김감독님은 첫 번째 우승할 때 감독이셨다. 개인적으로 선수생활하면서 다리나 여러 상태가 안좋았을때 믿어주셨다. 경기 나가서 못뛸 때도 괜찮다고 말씀해주셨다. 감독님이 (부임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셨다. 직접 전화를 드리는게 도리였다"며 웃었다.
이어 "현역 생활할 때 본받고 싶은 분이였다. 선견지명이 있으셨는데 '너도 나중에 분명히 감독 한다'고 하셨다. 통화하면서 '내가 말했잖아'라고 말씀하셨다. 자주 전화를 해서 많은 것을 배우면서 함께 하고 싶다"며 각별한 존경심을 표했다. 형님리더십의 새로운 버전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였다.
이 감독과 김 전 감독은 선수단 리더와 사령탑으로 2017년 우승을 함께 했다. 당시 이 감독은 동갑내기 주장 김주찬과 함께 선수들을 맨앞에서 이끈 실질적인 리더였다.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만루홈런을 터트리며 생애 첫 우승반지를 끼었다. 당시 KIA는 팀 통산 3할 타율을 기록할 정도 공포의 타선이었다.
김 전 감독은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과 소통을 잘했고 즐겁고 자유로운 분위기속에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강압적이지 않았고 선수들이 스스로 야구를 하게끔 환경을 만들어었다. 당시 이범호 김주찬 최형우 나지완 등 고참그룹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고 마침내 우승까지 갈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지난 8일 취임사에서 "그라운드에서 웃음꽃이 피는 야구를 하겠다. 선수들이 항상 웃으면서 즐겁게 플레이 하는 웃음꽃 피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이건 안돼, 그건 안돼'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봐'라고 하는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겠다.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부임 이후 3주동안 선수들이 즐겁게 야구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 선수들이 하나같이 "너무 배려를 잘해주신다. 마음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해주신다"며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고참선수들은 "감독님이 아니라 형이라는 생각이 아직도 강하다"며 웃기도 했다. 김기태 전 감독의 형님리더십이 이범호 감독의 '웃음꽃 야구'라는 새로운 버전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