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다저스의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5)가 과속 방지턱에 걸렸다. 두 번째 시범 경기(7일 화이트삭스)에서 3이닝 동안 5실점 하며 탈탈 털린 것이다. 캠프 내내 좋은 평가를 받으며, 개막전 선발로 꼽히던 그였기에 충격적이다.
특히 현지 언론이 티핑(몸에 밴 습관이나 동작에 따라 구종이 노출되는 현상)의 위험성을 제기한 다음 등판에서 벌어진 일이다. 흔히 일본어로 ‘쿠세(나쁜 버릇)’라고 부르는 것이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는 야마모토의 첫 등판 때 중앙 필드 카메라에 공을 잡는 손가락이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2루 주자가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고, 이를 타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다.
또 다른 전문가인 릭 먼데이도 “구종에 따라 마운드의 밟는 위치가 조금씩 변한다. 그걸 눈치채는 타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아직은 시범 경기다. 상대가 굳이 이런 점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에게는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개막 전까지 조정이 가능한 문제”라며 수습했고, 5실점은 “세트 모션에서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일본 야구는 세밀함이 특징이다. 현미경이라는 단어로 묘사될 정도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정도의 정상급 투수에게도 종종 허점이 발견된다. ‘쿠세’ 때문에 애를 먹은 경우가 여럿이다.
다르빗슈 유 #1
다저스 시절인 2017년 시즌이다. 월드시리즈에서의 일화가 익히 알려졌다. 그것도 운명의 7차전 때였다. 막중한 선발의 책임을 맡았지만, 2회를 넘기지 못했다. 1.2이닝 동안 5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문제는 한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3차전 때도 비슷했다. 역시 1.2이닝 동안 4실점 했다. 가장 중요한 두 번의 등판에서 모두 초반에 무너진 것이다.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구종 노출을 의심했다. 상대였던 휴스턴 애스트로스 타자들이 알고 쳤다는 얘기다. 기사 중에 익명의 타자가 등장한다. 이런 코멘트를 전했다.
“우리는 3차전부터 다르빗슈의 버릇을 알고 있었다. 7차전 때도 달라지지 않았다. 슬라이더를 던질 때는 표시가 난다.” 포수 사인 이후 공을 쥔 오른손을 글러브로 옮기면서 실밥을 고쳐 잡는 과정을 체크한 것이다.
덕분에 슬라이더 상대 타율이 0.556이나 됐다. 우승 반지의 향방을 바꾼 관찰력이었다. ‘혹시, 그때도 사인 훔치기를?’ 그런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 7차전은 다저스 홈 경기였다. (2019년 애스트로스의 ‘작업’은 휴스턴 홈 구장에서만 이뤄졌다는 것이 조사 결과였다.)
다르빗슈 유 #2
전조 증세가 있었다. 그 해 다저스로 이적하기 직전 등판이다. 그러니까 텍사스에서 마지막 경기(7월 27일)였다. 마이애미 말린스가 상대였다. 자신의 10K 완봉승(2014년) 제물이었다.
게다가 당시는 인터리그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시기다. 내셔널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ERA 2.29를 기록 중이었다. 15경기에서 8승(2패)이나 건졌다.
그런데 웬걸. 이날따라 말린스 타자들의 배트에 추적 장치가 달린 것 같다. 90마일 중반 빠른 볼을 정확히 따라붙는다. 결국 4회에 쫓겨났다. 3.2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9안타를 두들겨 맞고 10점을 잃었다. 덕분에 텍사스 투수의 인터리그 기록 하나가 교체됐다. 이전 주인공은 박찬호(2002년 애틀랜타전 1.1이닝 9실점)였다.
야후 스포츠의 제프 파산이 취재력을 발휘했다. 다르빗슈가 패스트볼을 던질 때면 조금 더 오래 멈추고 있다는 걸 마이애미 타자들이 알고 있었다는 얘기였다.
노모 히데오
이번에도 다저스다. 1995년 혜성처럼 나타나 신인왕을 차지했다. 토네이도를 일으키며 엄청난 포크볼을 떨어트렸다. 탈삼진, 피안타율도 리그 톱에 올랐다.
그런데 2년을 못 넘긴다. 새끼손가락 때문이다.
타자들이 찾아낸 감별법은 간단하다. 직구 때는 글러브 안에서 새끼손가락이 살짝 보인다. 그게 보이지 않으면 포크볼을 쥐고 있는 것이다. 첫 해(1995년) 2.54, 이듬해(1996년) 3.19였던 평균자책점(ERA)은 곧바로 4점대(4.25)로 치솟았다.
다나카 마사히로
아직은 NPB에 머물던 시절이다. 4년 연속 10승 이상을 올렸다. 신생팀 라쿠텐 이글스의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그가 2013년 스프링캠프에서 새 얼굴을 만난다. 외인으로 팀에 합류한 앤드류 존스다.
당시는 36세로 내리막일 때다. 그러나 한때 메이저리그를 호령한 홈런 타자다. 10년 연속 골드글러브에 통산 홈런이 434개나 되는 베테랑이다.
그는 청백전에서 다나카와 딱 한 타석 만났다. 투구수는 5개. 그런데 단번에 문제점을 짚어낸다. “이봐, 젊은 친구. 자네는 손목에서 보이는구만. 각도가 이렇게 꺾여서 나오면 스플리터고, 이런 식으로 던지면 슬라이더였어.”
고개를 끄덕인 다나카는 그날 이후 각성 모드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시즌에 엄청난 사건을 일으킨다. 일본 프로야구 신기록인 28연승(시즌 24연승)을 달성한 것이다. 이어 도호쿠 팬들에게 일본시리즈 우승이라는 작별 선물을 남기고, 뉴욕 양키스로 이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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