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출신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직행에 성공한 투수 고우석(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을 보며 누구보다 부러워하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사이드암 투수 정우영(25)이다. 같은 시기 LG 불펜의 필승조로 성장한 선배를 바라보면서 정우영의 메이저리그 꿈도 커지고 있다.
정우영은 지난해 LG의 한국시리즈 우승 다다음날인 11월15일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로 인해 16일 열린 우승 축승회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에서 일찌감치 하프 피칭에 들어가는 등 예상보다 빠른 재활 속도로 개막전 합류를 정조준하고 있다.
캠프 기간 염경엽 LG 감독은 “(정)우영이가 엄청 준비를 잘했다. (고)우석이를 보고 지금 승부욕에 불탔다”며 “우석이가 나가면서 30세이브 이상 전력이 빠져나갔지만 팀의 미래를 봤을 때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동기 부여도 중요하다. 키움뿐만 아니라 LG에 가도 선수를 잘 키워서 미국에 보내주는 팀이라는 이미지를 차명석 단장과 함께 만들려고 한다. 그런 뜻에서 우석이를 미국에 보내준 것도 있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키움 전신 넥센 히어로즈 시절인 2015~2016년 강정호, 박병호를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보낸 바 있다. 2021년 김하성, 올해 이정후까지 4명의 빅리거를 배출한 키움은 ‘메이저리그 사관학교’로 입지를 확고히 했다. 올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을 미리 허락받은 김혜성까지 대기 중이다.
LG도 키움 못지않은 ‘빅리거의 산실’을 꿈꾸고 있다. 고우석을 1호 빅리거로 배출한 데 이어 다음 주자는 정우영이 유력하다. 2019년 신인왕을 차지하며 빠르게 LG 필승조로 자리잡은 정우영은 지난해까지 5시즌 통산 318경기(315이닝) 22승22패8세이브109홀드 평균자책점 3.23 탈삼진 219개로 활약했다.
홀드왕(35개)을 차지한 2022년에는 최고 157km, 평균 150.8km 투심 패스트볼을 뿌리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아 해외 진출의 걸림돌도 사라졌다. 앞으로 2시즌 더 1군 등록 일수를 채우면 포스팅 자격이 주어진다.
LG 불펜에서 함께 커온 고우석을 보면서 정우영의 꿈도 선명해졌다. 애리조나 캠프 기간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고우석을 보면서 정우영은 “여기서 밥먹고 있어야 할 형이…사람이 달라 보였다. 메이저리그 얘기를 들으면서 신기하기도 했다”며 “같이 커온 선배라서 더욱 부러웠다. 우석이형 때문에 동기 부여가 된다. 형이 메이저리그에서 잘하길 바란다. 형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잘해주셔야 앞으로 후배들이 나갈 수 있다”고 응원했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대표팀 우승을 이끈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이 2022년 10월 LG와 키움의 플레이오프 현장을 직접 찾아 경계 대상으로 이정후, 고우석 그리고 정우영을 꼽으며 “볼이 어디로 올지 모르는 투수는 무섭다. 까다로운 투수”라고 평가한 것도 정우영의 자신감을 크게 키운 계기가 됐다.
정우영은 “벌크업을 하고, 구속이 올라갈 때였는데 일본 감독님께서 나를 굉장히 좋게 보셨다. 불펜투수로서 일본에 가는 건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미국까진 생각도 못했다. 여러 이야기가 나오면서 ‘나도 미국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60경기(51⅔이닝) 5승6패11홀드 평균자책점 4.80 탈삼진 41개로 데뷔 후 처음으로 부침을 겪은 정우영은 “언젠가 찾아올 고비가 작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느꼈다. 방향성이 확실해졌다. 작년에는 이렇게도 바꾸고, 저렇게도 바꿨는데 슬라이드 스텝을 보완한다는 전제하에 구속을 찾고, 구위로 압도하는 게 먼저”라고 돌아보며 “나의 원래 모습을 찾아야 미국에 갈 수 있는 희망도 있다. 150km 구위부터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좋은 성적을 낸다면 미리 구단에 2025시즌 후 포스팅도 당당하게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