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몸담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방출된 ‘골드글러브 2회’ 유격수 닉 아메드(34)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다. 나아가 친정팀 애리조나 상대로 복수 의지까지 불태웠다.
2011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85순위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지명된 뒤 2013년 1월 저스틴 업튼이 포함된 트레이드의 반대 급부로 애리조나에 온 아메드는 2014년 데뷔 후 10년을 이곳에서만 뛰었다.
지난해까지 애리조나에서 10시즌 통산 888경기를 뛰며 타율 2할3푼4리(2897타수 678안타) 70홈런 322타점 OPS .664를 기록했다. 2018~2019년 각각 16개, 19개 홈런을 치며 2년 연속 내셔널리그(NL)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로 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2022년 6월 어깨 수술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72경기 타율 2할1푼2리(198타수 42안타) 2홈런 17타점 OPS .560으로 부진했고, 9월 시즌 막판 신인 유격수 조던 롤러의 콜업과 함께 양도 지명(DFA) 처리돼 방출됐다.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USA투데이 스포츠’에 따르면 아메드는 “정말 가슴 아프고 힘들었다. 한 조직에 인생의 10년을 바쳤다. 클럽하우스 직원과 트레이닝 스태프를 제외하곤 누구보다 오랫동안 그곳에 있었다. 선수들과 관계를 쌓고, 문화를 만들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을 줬다. 그런데 그렇게 끝나는 게 정말 힘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다”고 떠올렸다.
그는 “내 플레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지만 사전에 미리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방출과 관련해) 그 어떤 언질도 없었다.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며 구단의 갑작스런 이별 통보에 섭섭함을 드러냈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타이밍이 잔인했다. 방출 통보는 지난해 9월7일 코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를 마친 뒤 이뤄졌다. 이때 아메드의 아내와 두 아들은 주말 시카고 컵스 원정을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시카고에 도착한 가족들에게 아메드는 방출 소식을 알리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가족들은 다음날 야구장에 가지 못한 채 공항에 남아 다음 비행기를 타고 피닉스로 돌아와야 했다. 구단이 미리 언질을 줬다면 이 같은 일은 겪지 않을 수 있었다.
지난해 애리조나는 22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며 준우승을 했지만 암흑기 때 주전 유격수로 분투한 아메드는 그 자리에 없었다. TV 중계로도 애리조나 경기를 보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아메드는 “도저히 볼 수 없었다. 그냥 거리를 두려고 했다”고 했다. 그만큼 팀에 대한 배신감이 컸고, 화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고통스런 겨울을 보낸 아메드는 지난달 27일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초청 선수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아직 표본이 많지 않지만 3경기 8타수 5안타 타율 6할2푼5리에 2홈런 5타점으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13년간 샌프란시스코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베테랑 유격수 브랜든 크로포드(37·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재계약을 포기한 뒤 신예 마르코 루시아노(23)에게 기대를 걸었으나 시범경기 기간 오른쪽 햄스트링 긴장 증세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그 틈을 아메드가 파고들고 있다. 아메드는 “주전 유격수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게 이곳에 온 이유다. 다른 팀에서 백업 유격수 역할을 제안받았지만 난 여전히 주전 유격수로서 높은 수준의 활약을 할 수 있는 시기라 생각한다”며 부활 의지를 드러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도 “우리는 수비를 강화해야 한다. 아메드는 수비를 할 줄 안다. 그동안 부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건강해졌다. 정말 좋아 보인다.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아메드의 전 소속팀 애리조나와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NL)에 속한 팀이다. 올 시즌 두 팀 사이에는 10차례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아메드는 “애리조나를 상대로 경기하는 게 흥미로울 것 같다. 그들을 이기고 싶다”며 복수 의지를 불태웠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