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KBO리그는 달라지는 게 너무 많다.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가 9일 개막한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이하 ABS)부터 피치클락(시범운영), 수비 시프트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 대체 외국인선수 영입 제도 등 새로운 변화와 함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규시즌 순위경쟁을 예고한 가운데, 올 시즌 KBO리그는 무엇이 달라지는 것일까.
우선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시스템이 도입된다. 이른바 로봇 심판이다.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은 이제 사람이 아닌 로봇이 결정하게 됐다. 올해부터 심판의 볼-스트라이크 판정이 ABS의 트래킹 결과로 대체된다. ABS의 도입은 개선이 요구되었던 판정의 공정성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이다. KBO는 2020년부터 4년간 퓨처스리그 ABS 시범 운영을 거쳐 기술적 안정성을 높여왔다. 이후 구단 운영팀장 회의, 감독 간담회, 자문위원회와 실행위원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2024시즌 도입을 최종 결정한 바 있다.
ABS가 판단하는 S존의 상하 기준은 각각 선수 신장의 56.35%, 27.64%로 설정하며, 중간면과 끝면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좌우 기준은 홈플레이트 크기(43.18cm)에 좌우 각 2cm 확대 적용한 총 47.18cm로, 중간면에서 1번 판정한다. 이는 심판과 선수단이 인식하고 있는 기존의 S존과 최대한 유사한 존을 구현하기 위한 조치다.
ABS 도입으로 양 구단이 100% 일관성 있는 스트라이크 존 판정 기준을 적용 받을 수 있어 공정한 경기 진행이 가능해지며, 정확성은 ABS 도입 이전 주심의 91% 수준에서 95~96% 이상 수준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메이저리그도 도입하지 않은 ABS시스템을 KBO리그가 먼저 도입하게 됐다.
피치클락도 시범 운영한다. 불필요한 경기 지연 감소를 위해 도입된 피치클락은 전반기 시범운영 되며, 위반에 따른 제재 보다는 선수단의 적응과 원활한 경기 흐름을 유지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투수는 루상에 주자가 있을 때 23초, 없을 때 18초 안에 투구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볼로 처리한다. 타자는 피치클락 내 8초가 표기된 시점까지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지켜지지 않을 경우 스트라이크가 부여된다.
또한, 피치클락 규정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투수가 견제 시도, 견제구를 던지는 시늉 등 주자가 있을 때 투수판에서 발을 빼는 경우 부과되는 ‘투수판 이탈’이 타석당 세 차례까지 제약없이 허용된다.
아울러 더 이상 '2익수'와 우익수 앞에 위치하는 3루수 등의 과도한 수비 시프트에 제동이 걸린다. 투수가 투구하는 시점에 수비 팀은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야수 4명이 내야 흙 안쪽에 위치해야 한다. 이 중 2명은 2루 베이스를 기준해 세로로 나눈 양 측면에 있어야 한다. 외야수의 내야 수비 참여는 제한 없으나, 외야수를 4명 이상 배치할 순 없다. 투구 시 내야수가 제대로 정렬되어 있지 않으면 공격 팀은 자동 볼 또는 플레이 결과를 선택할 수 있다.
시범경기 기간 중 수비 시프트 제한에 대한 비디오판독 대상 플레이가 확대된다. 공격팀은 가장 먼저 타구에 닿거나, 포구한 내야수의 위반 여부에 한하여 판독 신청 할 수 있다. 수비팀은 수비 시프트 제한 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심판의 판정에 대해 판독 신청이 가능하다. 양 구단은 수비 시프트 제한 관련해서는 횟수의 제한 없이 판독을 신청할 수 있다. ㅍ정규시즌에서 수비 시프트 제한에 대한 판독 대상 플레이 확대 여부는 추후 실행위원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부상 방지와 과감하고 다이내믹한 경기를 위해서 베이스 크기도 확대했다. 기존 한 면의 길이가 15인치(38.1cm)였던 1, 2, 3루 베이스가 18인치(45.72cm)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홈 플레이트와 1, 3루간 직선 거리는 각각 3인치(7.62cm), 2루와 1, 3루간 직선 거리는 각각 4.5인치(11.43cm) 줄어들었다. 이 변화로 인해 수비수와 주자에게 좀 더 많은 공간적 여유를 제공, 베이스 인근에서 충돌 등으로 인한 부상 방지 효과가 기대된다.
지난해 우천 취소 경기가 급증하면서 잔여 경기 일정 조율에 애를 먹었던 KBO리그도 이제 혹서기인 7~8월을 제외한 시기에는 주말 3연전에 한해 더블헤더가 실시된다. 금요일·토요일 경기가 우천 등으로 취소될 경우, 다음 날 더블헤더로 경기를 치른다. 4월부터 시행되며 혹서기인 7, 8월은 제외된다. 이때 발생한 더블헤더 경기는 팀당 특별 엔트리 2명을 추가로 운용할 수 있다.
대체 외국인선수 제도도 도입된다. 외국인선수가 장기 부상을 입어 전력에서 이탈할 경우 즉각적인 선수 수급의 어려움과 팀간 전력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대체 외국인선수 영입 제도가 도입됐다.
소속 외국인선수가 6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당할 경우, 기존과 같이 계약해지 후 새로운 외국인선수를 등록하거나, 해당 선수를 재활 선수명단에 등재하고 선수가 복귀할 때까지 교체 횟수를 사용하지 않고 대체 외국인선수와 계약을 체결하여 경기에 출장할 수 있다.
재활 선수로 등록된 기존 외국인선수는 최소 6주 경과 후 리그에 복귀할 수 있으며, 복귀할 경우 대체 외국인선수는 다른 외국인선수와 교체(등록횟수 1회 차감) 하거나 웨이버를 통해 계약 해지를 해야 한다. 대체 외국인선수의 고용 비용은 기존 교체 외국인선수의 경우와 동일하게 1개월 당 최대 10만달러로 제한된다.
우천 중단 시 투수 교체에서도 탄력적인 운영과 투수 보호가 가능하게끔 규정을 개정했다. 지난해 9월 17일 대전 KT-한화전에서 개정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사건이 나왔다. KT 선발 웨스 벤자민은 3-1로 앞서던 5회말 한화 선두타자 문현빈과 승부 중에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됐고 무려 3시간 24분이 지난 뒤에야 경기가 재개됐다. 그러나 벤자민이 이닝 시작 후 무조건 한 타자는 상대해야한다는 규칙 때문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KT 이강철 감독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최대한 부상을 막기 위해 '아리랑볼' 2개를 던져 문현빈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에야 손동현으로 교체됐었다.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투수가 이닝 처음에 파울 라인을 넘어서면 첫 번째 타자가 아웃이 되거나 1루에 나갈 때까지 투구를 완료해야 교체될 수 있다는 야구규칙 5.10(i)과 관련해, 우천 등 경기 중단 후 재개로 인한 부상 발생의 위험이 있다고 심판진이 인정할 경우에는 투구가 완료되지 않아도 교체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아울러 투수 세 타자 상대 규정이 퓨처스리그에서 시범 적용 된다. 투수는 마운드에 올랐을 때의 타자(대타자 포함)를 포함해 최소 3명의 연속된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 세 타자가 아웃, 또는 출루 하거나 공수교대가 될 때까지 투구해야 한다. 만약 이닝 중간 등판해 한 타자를 상대하고 공수교대되는 시점엔 교체 가능하나, 다음 이닝에 다시 등판한다면 두 명의 타자를 더 상대해야 한다. 2024시즌에는 퓨처스리그에서만 적용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