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은 지난해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우승 청부사’로 활약했다. 최근 LG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고, 4번타자로 타율 3할-20홈런-90타점 이상을 기록하며 LG의 우승을 이끌었다.
오스틴이 언제까지 LG 유니폼을 입게 될까. 오스틴은 “LG에서 오래 야구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는 KBO리그에 와서 야구에 대한 열정을 되찾았고, 한국 생활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미국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LG 선수단은 지난 6일 잠실구장에서 첫 훈련을 실시했다. 오스틴은 훈련에 앞서 지난해 수상한 1루수 골든글러브를 전달받았다. 오스틴은 12월초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해, 3개월 만에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외국인 선수들의 운명은 1년 사이에 바뀐다. KBO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재계약을 하고 계속해서 뛰지만, 성적이 나쁘면 언제든지 방출되는 처지다.
오스틴은 지난해 139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푼3리 23홈런 95타점 OPS .893을 기록했다. 홈런 공동 3위, 타점 3위, 타율 9위에 올랐다. 리그에서 ‘타율 3할-20홈런-90타점’ 이상을 넘긴 타자는 오스틴이 유일했다. 오스틴은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3할5푼 1홈런 5타점 3득점 OPS .931로 활약하며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우승 청부사’로 기여했다.
지난해 총액 7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4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한국행을 선택했던 오스틴은 올해 연봉은 2배 가까이 인상된 총액 13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재계약 했다.
오스틴은 LG와 재계약을 속전속결로 끝내고 KBO리그에 남았는지 묻자, “어릴 때부터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계속 야구를 해왔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에 가면서 자리 싸움(주전 경쟁)도 하고 이러다 보니까, 내가 무엇 때문에 야구를 하고 있었나 라는 생각이 점점 막연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마침 한국에 오게 되면서 한국 야구 환경이라든가 분위기, 응원 문화를 접하면서 야구에 대한 열정이 조금씩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여기 야구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관중들 뿐만 아니라 팀의 코치님, 선수들, 직원 모두가 잘해준다. 이런 게 너무나 가슴 깊이 와닿았다. 야구에 대한 재미, 열정이 불타오르기 시작하면서 여기서 좀 더 야구를 오래 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LG와 재계약한 이유를 설명했다.
오스틴은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인터뷰에서도 LG에서 오래 뛰고 싶다는 뜻을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안정된 조건(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지 않는 안정이 보장된 계약)이라면 고민을 해보겠지만, 한국에서 LG에서 뛰는 것이 좋다고 했다. LG에서 다년 계약을 제안한다면, “그렇게 해준다면 계속 뛰고 싶다”고도 했다.
오스틴은 “지난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미국과 색다른 점이 많았다. 똑같은 야구이지만 조금 다르게 적용된다고 할까.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수 있겠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미국에서만 야구를 하다가 지난해 처음 아시아 야구를 접하고, 새로운 팀에 가서 적응을 해야 했다. 이런 저런 얘기에 긴장, 불안도 있었다. 한국 야구를 존중하며 적응했다. 지난해 뛰어보니까, 이런 경험이라면 앞으로 내 야구 인생에서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는 편하다. 이 멤버와 함께 해서 좋고, 팀에 더 많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생활과 문화에도 친숙해졌다. 오스틴은 한국으로 돌아와서 제일 먹고 싶었던 음식에 대해 난데없이 '쌈장'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미국에 돌아가서 아내와 함께 한식당을 몇 번 가서 식사를 했다. 그런데 한식당 고깃집마다 쌈장이 없어서 그게 너무 실망스러웠다. 한국에 와서 이제 식당에 가면 쌈장이 마음껏 나오니까 그게 너무 좋다. (4일 귀국)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고깃집에 2번을 갔다"고 웃으며 말했다. 농담으로 "재계약에 쌈장 지분도 약간 있다"고 말하기도.
지난해 좋은 성적을 기록했는데, 올해 조금 더 욕심이 나는 기록이 있을까. 오스틴은 기록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만약 선수가 기록에 목매기 시작하면 거기서부터 추락하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작년처럼 할 수 있으면 충분히 만족할 것 같다. 작년에 우리 LG가 잘할 수 있었던 것이 다들 개인 성적을 따지지 않고, 팀이 잘 되자는 방향으로 갔기 때문에 우리가 잘했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인터뷰할 때마다 (기록에 대해) 맨날 똑같이 대답을 해서 미안하지만 더 좋은 팀원이 되고,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 좋다"고 팀 퍼스트 정신을 강조했다.
기록 대신 1루수 수비 보완을 언급했다. 오스틴은 “작년에 만족스러운 시즌이긴 했지만 이번 캠프에서 특히 수비적인 부분에서 좀 많이 보완하려고 했다. 왜냐하면 수비에서 좀 아쉬운 점이 많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서 그것만 한 게 아니라 좋은 팀메이트라든가, 행실이라든가 이런 부분도 뭔가 조금씩은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매일같이 1%씩이라도 성장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훈련에 임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더 좋아지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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