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201안타 MVP가 무려 5할이 넘는 연습경기 타율과 건강한 몸 상태를 앞세워 부활 전망을 밝히고 있다. 고향 광주는 서건창(35·KIA 타이거즈)에게 약속의 땅이 될 수 있을까.
서건창은 새 둥지 KIA 타이거즈에서의 스프링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서건창은 취재진과 만나 “개인적으로 많은 성과를 거둔 캠프였다. 재미있게 잘 지내다 왔다”라며 “기술적인 부분이 중요하고 준비하는 게 맞지만 일단은 캠프 출발하면서 빨리 팀에 녹아 드는 걸 목표로 삼았다.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날 편하게 대했으면 했는데 그런 부분이 잘 됐다. 새 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갑인 선수들이 나 포함 5명이 있어서 좋았다. 그러기 쉽지 않다”라며 “(고)종욱이 형과 과거 넥센 시절 가깝게 지냈다. 내가 왔을 때 굉장히 반겨줬다. 캠프에서 처음 헤매고 있을 때 많이 도와줘서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라고 새 팀 적응에 도움을 준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기록을 통해서도 서건창의 완전한 적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2차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연습경기에서 3경기 타율 5할5푼6리(9타수 5안타) 1득점 장타율 .667 출루율 .556의 맹타를 휘두른 것이다. 모처럼 201안타 MVP다운 타격을 뽐내며 재기 전망을 밝혔다.
서건창은 “겨울에 준비한 걸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크게 의미를 두지 않지만 그래도 결과가 계속 나온다는 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다”라며 “페이스가 빠른 부분은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 위치에서는 빨리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맹타 비결을 전했다.
서건창은 지난 1월 15일 총액 1억2000만 원(연봉 5000만 원, 옵션 7000만 원)에 KIA와 계약하며 현역을 연장했다. 당시 KIA 관계자는 “경험이 풍부한 서건창 선수가 팀 내 젊고 유망한 내야수들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이번 영입을 결정했다. 김선빈 선수와 함께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길 바라며, 고향팀에서 부활해주길 기대한다”라고 서건창을 데려온 이유를 설명했다.
광주일고를 나와 2008년 LG 트윈스 육성선수로 프로야구에 입성한 서건창은 히어로즈로 이적해 전성기를 보냈다. 최고의 시즌은 2014시즌이었다. 당시 128경기 타율 3할7푼 201안타 7홈런 67타점 48도루 135득점의 커리어하이를 쓰며 정규시즌 MVP를 거머쥐었고,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경신했다. 1982년 KBO 개막 후 200안타 고지를 밟은 선수는 서건창이 유일하다.
히어로즈의 간판 2루수로 활약하던 서건창은 2021년 7월 정찬헌과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친정 LG로 컴백했다. 서건창의 커리어는 이 때부터 급격히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예비 FA 시즌을 맞아 전 경기(144경기)를 소화했으나 LG 이적 후 68경기 타율 2할4푼7리 24타점의 부진을 겪었고, 시즌 종료 후 FA 재수를 택했다.
2022시즌도 서건창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부상과 부진에 신음하며 77경기 타율 2할2푼4리 2홈런 18타점의 슬럼프에 빠졌다. 서건창은 이번에도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며 FA 삼수생이 됐다.
서건창은 2023시즌 ‘은사’ 염경엽 감독과 재회했다. 서건창이 2014년 정규시즌 MVP와 200안타를 동시에 해냈을 당시 사령탑이 바로 염 감독이었다. 서건창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염 감독은 제자의 부활을 확신했고, 서건창은 시범경기 타율 1위(3할6푼2리)에 올라 재기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서건창은 2023시즌 또한 44경기 타율 2할 12타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시즌 초반 김민성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리더니 2군에서 허리 부상을 당했고, 몸 상태를 회복하자 백업 신민재가 급성장하며 주전 탈환에 실패했다. 그렇게 LG의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된 서건창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하며 팀의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서건창은 2023시즌을 마치고 LG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뎁스가 두터운 LG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 새로운 팀을 찾기로 결심했다. 자유의 몸이 된 서건창은 친정 키움과 고향팀 KIA의 영입 제의를 받았고, 고심 끝 KIA행을 결정했다.
고향팀에서는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서건창은 "해마다 조금씩 몸이 아팠다. 야구를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허리가 조금 불편하거나 컨디션이 잘 안 올라왔는데 이번 캠프를 하면서 그런 부분이 없었다. 컨디션이 잘 올라오는 느낌을 모처럼 받았다. 큰 통증 없이 캠프를 치러서 만족스럽다"라고 좋은 예감을 전했다.
서건창의 당면 과제는 연습경기의 좋은 감을 시범경기에서 그대로 잇는 것이다. 그는 "연결 과정이다. 계속 진행해야 한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다. 확인하고 또 확인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KIA에서 현역을 연장한 명확한 이유도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서건창은 "우승하고 싶어서 KIA에 온 것"이라며 "주변에서 평가를 좋게 해주시는 거 같다. 내가 무엇을 하기보다 지금 위치에서 경기를 많이 나가서 팀에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다. 준비는 돼 있다"라는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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