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 데뷔도 하기 전에 미국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시범경기 타율 4할대 맹타를 앞세워 계약 당시 가득했던 물음표를 느낌표를 바꾸는 모습이다.
이정후는 지난달 28일(이하 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가진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데뷔전부터 안타를 신고했다. 이후 3월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첫 홈런 포함 멀티히트를 때려냈고, 2일 텍사스 레인저스전 3타수 1안타에 이어 4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과 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나란히 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이정후의 시범경기 성적은 5경기 타율 4할6푼2리(13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 1도루 OPS 1.302(출루율 .533+장타율 .769)에 달한다. 정교한 컨택 능력을 앞세워 전 경기 연속 안타를 신고했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6일 이정후를 “가장 매력적이면서 미스터리한 상자”라고 표현하며 “이정후는 한국에서의 장엄한 활약에 힘입어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완전함, 다재다능함, 뛰어난 컨택 능력을 동시에 갖춘 그는 올해 잠재적인 중견수 골드글러브 후보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KBO리그의 간판타자였던 이정후는 작년 12월 13일(이하 한국시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전통의 강호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00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빅리거의 꿈을 이뤘다.
이정후의 계약은 과거 류현진(6년 3600만 달러)의 LA 다저스 입단 계약을 훨씬 웃돌았다. 아울러 2023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한 일본 천재타자 요시다 마사타카의 5년 9000만 달러를 넘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야수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투수와 야수 통틀어 1위는 2014년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5500만 달러에 계약한 다나카 마사히로. 일본프로야구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KBO리그 간판타자가 단숨에 아시아 계약 규모 2위를 차지했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서 넥센 히어로즈 1차 지명된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통산 884경기 타율 3할4푼 65홈런 515타점 69도루 581득점을 기록했다. 2022시즌 142경기 타율 3할4푼9리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OPS .996을 기록하며 타격 5관왕(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점, 최다안타)과 정규시즌 MVP를 석권했다.
이정후는 2017년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2021년과 202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프로 데뷔 7년 만에 이종범의 아들이 아닌 대한민국 슈퍼스타 이정후로 거듭났다.
다만 계약 당시 이정후를 향한 현지의 시선이 마냥 고운 것만은 아니었다. 이정후는 지난해 발목 골절에 따른 수술을 받으며 86경기 동안 387타석을 소화하는 데 그쳤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모든 아시아 선수가 그렇듯 적응이라는 큰 과제를 부여받았다.
한 매체는 “야구는 육체적인 운동이고, 부상은 모든 운동선수들의 커리어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물론 그것은 커리어의 일부이지만 반복된다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오타니 쇼헤이를 봐라”라며 “이정후 역시 지난 시즌 부상을 겪었고, 아직 완전한 건강 상태를 입증하지 못했다. 이는 의문점을 가져온다. 자이언츠의 이정후 계약은 옳은 선택이었을까. 그의 부상 이력은 뭘 의미할까”라며 딴죽을 걸기도 했다.
야후스포츠 또한 “일부 사람들이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충분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졌다”라고 계약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비록 전력을 테스트하는 시범경기 무대이지만 이정후는 실력으로 우려의 시선을 지워내고 있다. 야후스포츠는 “2월과 3월은 이러한 의문에 확실한 답을 주지 않지만 이정후의 지난주 홈런 타구속도 109.7마일(약 176km)은 최소한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은 된다는 걸 의미한다”라며 “호세 알투베, 댄스비 스완슨, 브라이슨 스톳은 지난해 공을 강하게 치지 않고도 생산적인 결과를 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정후는 여전히 공을 강하게, 그리고 높이 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하지만 109.7마일이라는 수치는 환상적인 시작으로 보여진다. 이정후는 리그에서 가장 매혹적인 중견수 가운데 1명이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이정후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 ‘머큐리뉴스’도 이정후의 시범경기 활약을 예사롭지 않게 바라봤다. 매체는 “25세 중견수(이정후)는 스프링캠프에서 홈런 1개 포함 타율 4할6푼2리 출루율 .533 OPS 1.302로 활약 중이다”라며 “자이언츠는 이번 겨울 상위 타선의 안정화를 위해 이정후를 영입했고, KBO리거 출신인 이정후는 현재까지 그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라고 이정후의 타격을 높게 평가했다.
오버페이 논란에 대해서도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리드오프 자리에 무려 9명의 타자를 기용했다. 아직 표본은 작지만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를 6년 1억1300만 달러에 영입한 건 현재까지 고무적으로 보여진다”라는 견해를 드러내며 의심의 시선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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