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한국에서 많이 맞아봐서…”
아찔한 순간을 겪은 뒤에도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순조롭게 적응 중인 이정후가 부상 위험을 딛고 연이틀 휴식을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이정후는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시범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 2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으로 활약하며 데뷔 후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시범경기 타율 4할6푼2리(13타수 6안타).
1회 첫 타석에서 2루 땅볼로 아웃되긴 했지만 시속 103.5마일(166.6km) 하드 히트를 날린 이정후는 2회 두 번째 타석에선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 4회 무사 1,3루에서 투스트라이크 불리한 카운트에 우완 라이언 펠트너의 3구째 바깥쪽 높게 들어온 87마일(140.0km) 체인지업을 밀어쳐 좌익수 키 넘기는 1타점 적시타를 쳤다.
콜로라도 좌익수 샘 힐리아드가 강한 햇빛에 낙구 지점을 놓친 행운이 따르긴 했지만 타구 속도 96.6마일(155.5km), 발사각 29도로 배럴에 가까운 타구로 325피트(107.3m)를 날아간 장타성 타구였다. 타구가 잡힐 줄 알고 1루 주자 브렛 위슬리가 2루에서 멈춰섰고, 이정후도 1루에서 2루 사이 반 지점까지 갔다가 1루로 돌아가면서 단타가 됐다.
1루에서 다리 보호대를 풀며 주루 플레이를 이어가려던 찰나, 샌프란시스코 코칭스태프가 움직였다. 대주자 체이스 핀더를 내보내면서 이정후를 덕아웃에 불러들인 것이다. 3타석을 소화하긴 했지만 4회초 이른 시기에 교체가 이뤄져 궁금증을 일으켰는데 부상 보호 차원이었다.
덕아웃에 들어오자마자 트레이너가 이정후의 오른쪽 종아리 상태를 살피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공수 교대 때 이정후는 원정팀 클럽하우스로 이동했고, 한참 동안 치료를 받은 뒤에야 취재진을 마주했다.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으로 나타나 취재진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이정후는 연신 “괜찮다”고 미소를 지어보이며 큰 부상이 아니라고 안심시켰다.
이정후는 “파울 타구에 (오른쪽) 종아리를 맞았다. 몸쪽 직구가 커터성이라 파울을 치다 맞았다”며 “한국에서도 자주 맞은 부위다. 종아리 근육이 맞아 근육통이 심하긴 하지만 뼈에 안 맞아 다행이다. 보호대가 있어 뼈는 맞을 리 없었다. 보호대가 안 돼 있는 안쪽 종아리에 바로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밥 멜빈) 감독님이 그냥 빼주셨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아픈 것 같은데 괜찮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많이 맞아봤다”며 웃은 뒤 “뼈를 안 다쳐 다행이다”고 안도했다.
4회 펠트너 상대로 초구에 이정후는 배트를 냈는데 몸쪽 낮은 96.5마일(155.3km) 포심 패스트볼에 파울이 나왔다. 이 타구가 오른쪽 종아리 안쪽 보호대가 안 된 곳에 맞으면서 통증이 발생했다. 뼈에는 맞지 않아 다행이지만 통증이 꽤 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타석에서 장타성 타구로 적시타를 만들어냈고, 주루 플레이를 이어가려고 할 정도로 이정후의 집중력과 의지가 대단했다.
샌프란시스코 코칭스태프도 이정후의 상태를 유심히 살펴본 뒤 무리시키지 않기 위해 바로 교체 사인을 냈다. 6년 1억1300만 달러 거액을 들여 데려온 선수를 지금 시점에 무리시킬 필요가 없다. 시범경기 시작 전에도 아주 경미한 수준의 옆구리 통증으로 인해 첫 3경기를 건너뛰었다. 이정후는 “알이 배인 것이다. 시즌이었으면 무조건 뛰었다”고 말했지만 멜빈 감독은 “이정후를 망치고 싶지 않다”며 작은 통증이라도 상태를 악화시키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날 파울 타구에 맞은 것도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었고, 이정후는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연이틀 휴식’을 갖는다. 파울 타구에 맞은 것과 관계없이 이틀 연속 원정경기에 나서면서 6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은 결장이 예정돼 있었다. 7일은 샌프란시스코의 시범경기가 없어 연이틀 휴식이 주어졌다. 이정후는 “원래 내일(78일) 경기에 안 나간다. 모레는 완전히 쉬는 날이다. 오랜만에 쉰다”며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