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특급 신인다웠다. 두산 김택연(19)이 일본프로야구 명문 구단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는 씩씩한 투구를 펼치며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 클래스를 입증했다.
김택연은 지난 3일 일본 후쿠오카 PayPay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스페셜매치에 구원 등판해 1⅓이닝 4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15구 호투를 선보였다.
김택연은 1-3으로 뒤진 4회말 2사 1, 2루 위기에서 이승엽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19세 신인이 처음 상대한 타자는 소프트뱅크의 4번타자 야마카와 호타카. 일본프로야구에서 무려 홈런왕을 3차례나 거머쥔 공포의 홈런타자였다. 그러나 김택연은 특급 루키답게 흔들림 없이 자신의 공을 뿌렸고, 단 공 2개로 포수 파울플라이를 유도했다. 이닝 종료였다.
김택연은 5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소프트뱅크 강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보냈다. 아웃카운트 3개를 잡는 데 공 12개면 충분했다. 2사 후 묵직한 직구를 앞세워 이노우에를 삼진 처리한 장면이 압권이었다.
6회말 박치국에게 바통을 넘긴 김택연은 최고 구속 152km의 직구에 커브, 슬라이더를 곁들여 완벽투를 해냈다. 주무기 슬라이더의 최고 구속도 137km까지 나왔다. 2024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 클래스를 유감없이 발휘한 한판이었다.
2022시즌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은 두산은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인천고 우완 특급 김택연을 지명했다.
두산은 당시 이례적으로 등번호 2024에 김택연의 이름이 새겨진 홈 유니폼을 손수 준비하며 1라운더를 환영했다. 구단의 김택연을 향한 기대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택연은 최고 150km 초반대의 포심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우완 파이어볼러다. 구속과 함께 안정적인 제구력까지 갖췄다. 지난해 아마추어 무대에서 13경기 64⅓이닝 동안 7승 1패 평균자책점 1.13 97탈삼진 WHIP 0.66의 압도적 투구를 선보였고, U-18 야구 월드컵에서 8일 동안 5연투 247구를 던지는 투혼을 펼치며 한국 청소년대표팀의 동메달을 견인했다. 투혼보다 혹사 논란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택연은 작년 11월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이승엽 감독이 지휘하는 마무리훈련을 일부 소화했다. U-18 야구 월드컵 혹사 여파로 인해 투구 훈련은 하프피칭 두 번이 전부였지만 웨이트 트레이닝, 캐치볼, 수비 훈련 등에 참여하며 TV로만 봤던 두산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능력과 잠재력을 모두 인정받은 김택연은 동기 전다민(외야수, 6라운드 지명)과 함께 호주 시드니 1군 스프링캠프로 향해 데뷔 시즌을 준비했다. 구단의 체계적인 관리 아래 차근차근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일본 미야자키 2차 스프링캠프를 거쳐 소프트뱅크전에서 일을 냈다.
한편 두산은 이날 소프트뱅크에 2-5로 패했다. 선발 곽빈이 2이닝 3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고, 김동주가 1⅓이닝 2피안타 1볼넷 1실점, 마무리 정철원이 1이닝 3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1볼넷 2실점으로 흔들렸다.
타선에서는 양의지와 강승호가 나란히 홈런포를 가동하며 KBO리그의 자존심을 살렸다. 양의지가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고군분투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두산은 경기 후 후쿠오카를 찾은 100여명의 팬 참관단과 하이파이브 이벤트 및 기념사진 촬영을 진행하며 팬들을 향해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두산은 4일과 5일 예정된 훈련 스케줄을 소화한 뒤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