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희야, 대충하고 군대 가면 안된다.”
롯데 자이언츠의 2차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는 다소 어수선하다. 그룹사 차원에서 추진된 자매구단인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와의 합동훈련과 교류전은 알차게 마무리 했다. 그런데 이후 투수 나균안의 외도 폭행 논란이 터졌다. 나균안의 배우자가 SNS상에서 이 사실을 폭로하면서 이 논란이 롯데 캠프 전체를 휘감았다. 일단 나균안은 법률대리인을 선임해서 공식대응에 나섰다. 이제 개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됐다.
어수선한 분위기라도 경기력 면에서는 희망적인 요소가 있다. 특히 지난해 데뷔 이후 가장 큰 부침의 시기를 겪은 한동희(25)의 매서운 방망이가 반갑다. 한동희는 지난달 25일 열린 지바롯데와의 두 번째 교류전, 프로 통산 16시즌 339경기 78승74패 64홀드 평균자책점 3.73의 성적을 기록한 베테랑 가라카와 유키를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27일 삼성과의 연습경기에서도 데니 레예스를 상대로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는 등 연일 대포를 가동하고 있다.
2018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뒤 포스트 이대호로 기대를 모았다. 첫 두 시즌 동안은 프로에 적응하는 기간이었다. 2020년부터 우상향했고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2022년 이대호가 은퇴를 했고 이제 ‘포스트 이대호’로서 본격적으로 나서야 했던 2023년. 한동희는 커리어 최악의 슬럼프를 겪었다. 타격 메커니즘을 바꿨던 게 독으로 작용했고 108경기 타율 2할3푼3리(319타수 71안타) 5홈런 32타점 OPS .583의 성적으로 마무리 했다.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있었던 해, 대표팀 발탁에 이어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으면 병역 특례를 받고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부진으로 대표팀과는 많이 멀어졌다. 더 이상 병역을 미룰 수 없는 시기가 됐다. 한동희는 2024시즌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고 군대로 떠날 가능성이 높다. 한동희는 오는 6월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하기 위해 지원서를 제출했고 최근 체력 측정까지 마쳤다. 사실상 상무 입대는 기정사실이다.
김태형 감독도 긍정적이다. 올해 구상을 하면서 상무 입대 전까지는 주전 3루수로 한동희를 점찍었다. 그래도 본인이 다시 증명해야 했는데, 한동희는 연습경기에서 자신의 자리를 못박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한동희에 대해 “자신감이 붙었다. 수비도 그렇고 타석도 뭔가 달라졌다”라면서 “작년 해설위원 시절 일찍 나와서 한동희를 봤는데 연습 타격인데도 중심에 못 맞혔다. 방망이를 들고 있다가 나가는 타이밍을 못 잡더라”라며 “나와 강정호 모두 동희에게 기다리는 걸 주문했다. 여유와 확신이 있으면 공을 기다린 상태에서 치는데 불안하면 자꾸 쫓아나간다. 결국 심리적인 부분이다. 올해는 괜찮을 것 같다. 좋은 카운트에서 과감하게 치게 할 것”이라고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동희와 함께 강정호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받은 정훈(37)은 이대호와 함께 한동희를 각별히 챙기고 또 데뷔 때부터 지켜본 선배다. 그동안 많은 마음고생을 했을 한동희지만 마냥 보듬어주지만은 않았다. 6월까지의 시즌을 마냥 보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따끔하고 냉정한 조언으로 한동희의 마음가짐을 단련시키고 있다.
정훈은 “동희가 군대를 가긴 가야 하니까 아직 어리기도 해서 불안해 하는 건 있더라. 어차피 군대를 가야하는데 초조할 것이고 싱숭생숭할 수 있다”라면서 “동희한테도 ‘이번에 군대 간다고 해서 대충하고 가면 안된다’라고 얘기를 계속 해줬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안 좋은 상태로 군대를 가고 돌아왔을 때, 그때도 한동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프로는 그런 건 없다는 얘기를 계속 해주고 각인을 해줬다. 너무 착하고 순진한 아이다. 조금 매몰차게 얘기해야 할 때도 있다”라면서 “그래도 지금 훈련을 하고 보니까 열정이 많이 생겼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동희도 후외 없는 두 달을 보내고 입대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한동희는 “정말 좋았을 때의 느낌으로 6월까지 제가 잘 한다면 팀도 더 높은 곳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팀을 더 높은 곳에 올려놓기 위해 도움을 많이 주고 후배들도 잘 챙기면서 다녀와야 할 것 같다”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