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오재일의 날렵해진 턱선이 돋보였다. 강도 높은 훈련과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한 결과였다.
그는 “많이 안 빠졌다. 2~3kg 정도 빠졌는데 몸이 가볍다고 야구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좀 더 가벼우면 좋지 않을까 해서 (체중 관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효과는 만점. “많이 빠진 건 아니지만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니까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재일은 또 “트레이닝 파트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도움을 받고 있다.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트레이닝 파트에서 철저하게 관리해주신다고 보면 된다. 선수들의 몸 상태도 좋아지고 부상 선수도 거의 없다. 모든 게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KBO리그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로봇 심판’이라고 불리는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하고 베이스 크기 확대와 수비 시프트를 제한하는 등 변화를 주기로 했다. 오재일은 수비 시프트 제한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그는 “당겨치는 타자들에게 수비 시프트 제한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안타가 될 타구가 잡히면 타격 밸런스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부분에 있어서 괜찮아지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06경기에 나서 타율 2할3리(315타수 64안타) 11홈런 54타점 31득점에 그친 오재일은 “저는 방망이를 잘 쳐야 하기 때문에 이진영 타격 코치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라고 했다. 현역 시절 1군 통산 2160경기에서 타율 3할5리(6976타수 2125안타) 169홈런 979타점 979득점 112도루의 빼어난 성적을 남긴 이진영 코치는 기술 지도보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건네는 스타일.
오재일은 “코치님께서 ‘코치는 어떻게 하라고 시키는 자리가 아니라 여러분을 도와주는 자리다. 언제든지 찾아오면 도와주겠다’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워낙 잘 치셨고 같은 좌타자니까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상황에 따른 대처 요령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해주신다”고 했다.
지난해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던 오재일은 “스스로 나태했다고 하면 이유를 찾아볼 텐데 예년과 똑같이 준비했는데 안 된 거니까 작년은 작년으로 잊고 올해 새로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에이징 커브’라는 표현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재일은 “개인적으로 스피드가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뜻대로 되지 않았을 뿐이다. 누구나 만족하지 못하는 시즌이 있으니 편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재일은 현재 컨디션에 대해 “거의 80% 이상이다. 타격 컨디션도 점점 좋아질 것으로 본다. 시범경기가 되면 거의 100% 수준에 이르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새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넌과의 상생을 강조한 오재일은 “같이 잘 치면 팀이 엄청 강해진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7일 롯데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두산 시절 스승이었던 김태형 감독과 만난 이야기를 꺼냈다. 오재일은 “얼굴이 좋으시더라. 살이 좀 찌신 거 같던데 맛있는 거 많이 드신 것 같더라. 제가 ‘잘 지내시냐’고 인사를 드렸더니 ‘내 걱정 말고 니 걱정이나 하라’고 하시더라”고 웃어 보였다.
오재일은 올 시즌 목표에 대해 “아프지 않고 130경기 이상 나가면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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