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2군 육성 코치가 된 박석민과 통화가 닿았다.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 박석민은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코치직 제의를 받았으나 야구를 보는 시야를 넓히고 지식을 쌓기 위해 일본행을 택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일본의 선진 야구에 관심이 많았다. 언젠가는 일본에 가서 선진 야구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는데 은퇴 후 이뤄졌다”고 말했다.
박석민 코치가 요미우리 2군 육성 코치가 되기까지 많은 이들이 도움이 있었다. 그는 “은퇴 후 아내에게 일본 지도자 연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 아내는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게 아쉽긴 하지만 언어가 다른 일본에 가서 야구 공부를 한다는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인데 용기와 열정이 대단하다’고 적극 지지해줬다. 늘 그렇듯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잘 알려진 대로 요미우리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2006년부터 5년간 뛰었던 팀이다. 이승엽 감독은 제 70대 요미우리 4번 타자로 활약하는 등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 이승엽 감독은 박석민 코치가 요미우리에서 일본의 선진 야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아베 신노스케 요미우리 감독에게 적극 추천했다. 또 정창용 팀퓨처스 대표는 요미우리와 꾸준히 소통하며 박석민 코치의 일본행을 도왔다.
박석민 코치는 “이승엽 감독님께서 아베 감독님께 이야기를 잘해주셔서 수월하게 진행된 거 같다. 일본행이 결정된 후 정창용 대표님께서 요미우리 구단 측과 소통하면서 많이 도와주셨다.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열심히 배워 오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 일본 야구의 기본기와 기술적인 부분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요미우리에서 감독님과 코칭스태프와 호흡을 맞추며 열심히 배우겠다”고 덧붙였다.
오치아이 에이지 주니치 드래건스 코치를 비롯한 삼성 시절 인연을 맺었던 일본인 코치들도 박석민 코치의 새로운 도전을 반겼다고 한다. “코치님들께서 좋은 선택을 했다고 하시더라. 언젠가 훌륭한 지도자가 되어 한국 야구를 좋은 방향으로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는 덕담을 해주셨다. 저 역시 책임감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현역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는 대신 방송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라운드를 종횡무진하던 스타 플레이어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화려한 입담을 과시하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1군 통산 1697경기에서 타율 2할8푼7리(5363타수 1537안타) 269홈런 1041타점 882득점의 뛰어난 성적을 남긴 박석민 코치의 선택은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그는 “방송은 여러 방면에서 다재다능하고 끼가 많으신 분들이 하는 것 같다. 저는 그런 쪽에는 소질이 없는 거 같다. 저는 제가 가장 잘하는 야구와 야구팀에 소속되어 있을 때 제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발휘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야구 선수로 활동 중인 장남 박준현(천안북일고 2학년) 군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뛰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지 물었다. 그는 “아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도 분명 컸지만 제가 건강하고 건재할 때 함께 해야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안 북일고 타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한 그는 “아이들과 함께 야구장에 있으니 정말 행복했다. 이제 월급이 없어 금전적인 기부보다 몸으로 때우겠다”고 웃어 보였다.
박석민 코치가 추구하는 지도자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제가 꿈꿔왔던 지도자는 선수들이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되는 게 목표다. 선수들에게 제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박석민 코치는 “정말 고마운 분들이 계신데 기사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프로 무대에 갓 데뷔했을 때부터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응원해주시고 힘을 주신 박병준 회장님과 박병윤 대표님께 정말 감사드린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제 인생에 든든한 멘토가 되어주시는 분들이다 항상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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