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6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투수도 주전을 보장할 수 없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필승조 3명으로 힘겹게 뒷문을 운영했던 KT 위즈가 2024시즌 신흥 불펜왕국을 꿈꾸고 있다.
KT 뒷문은 지난해 악재에 악재를 거듭하며 악몽과도 같은 한 시즌을 보냈다. 시범경기를 앞두고 30홀드 필승조가 김민수가 어깨, 홀드왕 출신 주권이 전완근 부상으로 장기 재활을 진행했고, 2022년 5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박시영 또한 재활이 더뎌지며 복귀가 불발됐다. 여기에 2022년 트레이드 성공신화를 썼던 이채호마저 부진을 거듭, 뒷문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직 선발야구만이 KT가 승리로 향하는 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투수 조련사’ 이강철 감독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2군에서 평가가 좋은 어린 투수들에게 과감히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그 결과 손동현, 이상동이라는 확실한 젊은 필승카드가 생겼다. ‘제2의 오승환’으로 불린 박영현은 최연소 홀드왕을 차지하며 2024시즌 새 마무리투수로 낙점된 터. 이들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으며 돈 주고도 못 사는 귀중한 경험까지 얻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것일까. 이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적어도 불펜진 구성은 그렇다. 부상 선수들의 복귀는 물론 알짜배기 선수들을 영입하며 뎁스가 놀랄 정도로 두터워졌기 때문이다.
일단 부상으로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김민수, 박시영의 합류가 반갑다. 두 선수 모두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를 거쳐 오키나와 실전 경기에서 순조롭게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시범경기까지 무사히 치른다면 개막 엔트리에 무난히 합류할 전망이다. 박시영은 “현재 컨디션은 100%라고 생각한다. 캠프를 오랜 만에 와서 만족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통산 759경기 1383⅓이닝에 빛나는 베테랑 우규민을 영입했고, 삼성으로 떠난 김재윤의 FA 보상선수로 우완 파이어볼러 문용익을 지명했다. 두 선수 모두 이기는 상황에 등판해 리드를 지켜낼 수 있는 자원이다.
사령탑이 캠프를 통해 구상한 뒷문 요원은 김민수, 박시영, 문용익, 우규민, 이상동, 손동현, 박영현 등 총 7명. 여기에 지난 1월 2+2년 최대 16억 원에 FA 계약한 주권이 재기를 노리고, 작년 110순위 막차를 타고 가까스로 프로의 꿈을 이룬 강건도 잠재적인 필승조 후보로 올라섰다.
이 감독은 “중간이 괜찮아졌다. 양적으로 많이 늘었다. (박)시영이, (문)용익이, (우)규민이, (김)민수가 오면서 이제 중간 싸움이 될 것 같다. 거기에 기본적으로 손동현, 이상동, 박영현이 있다. 주권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후반기와 포스트시즌처럼 뒷문을 힘겹게 운영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전망이다. 이 감독은 “이제 중간투수만으로 6~7이닝을 막을 수 있다. 작년 같이 선발이 무조건 5회를 던지지 않아도 된다. 3회만 던져도 승부가 되는 상황이면 중간투수를 언제든지 투입할 수 있다. 작년에는 자원이 없어서 아무나 썼는데 지금은 골라서 쓸 수 있다. 전력이 좋아졌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좌완 불펜투수 고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스프링캠프에서 박세진, 전용주의 투구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지만 아직 사령탑의 성에 차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이 감독은 작년 11월 입단테스트를 통해 KT맨이 된 좌완 성재헌을 최근 1군 캠프로 콜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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