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5번타자 쳐도 되겠는데?”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지난달 29일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나 현 시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야수로 천성호(27)를 언급했다.
이 감독은 “원래 8번 타순에 배치하려고 했는데 이제 몇 번에서 쳐야할지 모르겠다. 지금 기세라면 5번을 쳐야할 것 같다”라고 웃으며 “캠프에서 타격이 가장 좋다. 많이 늘었다. 다들 스윙이 예뻐졌다고 한다. 올해 잘 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라고 칭찬에 또 칭찬을 했다.
천성호가 레전드 감독의 칭찬세례를 받은 이유는 지난 두 차례의 연습경기에서 그 동안의 훈련 성과가 제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천성호는 첫 연습경기였던 2월 25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4타수 2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두른 뒤 2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2타수 1안타 1득점으로 기세를 이었다. 천성호의 연습경기 2경기 타율은 5할(6타수 3안타)에 달한다.
진흥고-단국대 출신의 천성호는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2라운드 12순위 상위 지명을 받은 내야 기대주다. 아마추어 시절 줄곧 단국대 4번타자를 담당했고, 발이 빠른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주목을 받으며 대졸 선수임에도 2라운드로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천성호는 데뷔 첫해 66경기 타율 2할3리 1타점으로 프로의 맛을 본 뒤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승선하며 다시 한 번 KT의 기대주임을 입증했다. 근성과 투지, 준수한 수비 능력을 앞세워 이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이듬해 41경기 타율 2할8푼6리 4타점의 기량 발전을 보였는데 특히 타율 5할4푼5리 3타점 맹타를 휘두른 9월이 인상적이었다.
천성호는 2022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하며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퓨처스리그 첫해 81경기 타율 2할7푼6리 35타점에 이어 2년차인 올해 79경기 타율 3할5푼 44타점 69득점 16도루 OPS .872 맹타를 휘두르며 2군을 평정했다. 타격 부문에서 NC의 박주찬(타율 3할3푼6리)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남부리그 타격왕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 참석해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타율상을 직접 수상했다.
오키나와에서 만난 천성호는 “상무에서 하던 것처럼 준비를 잘했다. 경기 때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타석에서 똑같이 하는 중인데 결과가 좋다. 자신감도 생긴다”라고 맹타 비결을 전했다.
인터뷰 도중 또 하나의 활약 비결을 찾을 수 있었다. 천성호가 모자 안쪽에 손수 새긴 ‘자신감’이라는 단어였다.
천성호는 “군대 가기 전에는 눈치를 많이 보고 자신 없는 플레이를 많이 했다”라며 “이제는 군대에 갈 수 없으니 자신 있게 내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모자에 쓰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꼭 개막 엔트리에 합류해 1군 풀타임을 해보고 싶다. 100경기 이상 출전하는 게 목표다. 내가 잘해야 1군에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잘하겠다”라고 각오를 덧붙였다.
타격이 일취월장한 천성호의 다음 과제는 수비력 향상이다. 상무에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수비력을 끌어올렸지만 1군에서는 조금 더 발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 감독은 “천성호가 모든 포지션을 다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한 포지션이라도 잘하는 게 중요하다. 일단 올해는 박경수가 쉴 때 선발 2루수로 기용할 것”이라는 플랜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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