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테스트 합격, 2군 스프링캠프 우수선수 선정, 그리고 1군 스프링캠프 합류까지. LG 트윈스에서 방출돼 KT 위즈에서 가까스로 현역을 연장한 성재헌(27)의 도장깨기가 심상치 않다.
KT 위즈는 지난달 27일 발목 부상으로 귀국길에 오른 사이드암투수 이채호의 1군 스프링캠프 대체선수로 좌완투수 성재헌을 콜업했다.
KT는 ‘우승 필승조’ 조현우의 이른 은퇴로 좌완 발굴을 스프링캠프 제1과제로 선정, 뒷문을 지킬 왼손투수를 찾는 중이다. 이에 박세진, 전용주 등 기대주들의 훈련 및 투구를 유심히 지켜봤으나 페이스가 더디게 올라왔고, 이 감독은 2군으로 눈을 돌려 평가가 좋은 성재헌을 호출했다.
부산 기장에서 2군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이었던 성재헌은 급하게 짐을 싸 일본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입단테스트를 통해 입단한 무명의 투수가 생애 첫 해외 캠프이자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만난 성재헌은 “정말 운이 좋다고밖에 말을 못하겠다. 처음에 매니저님이 내가 뭘 잘못한 것도 없는데 짐을 싸라고 해서 의아했다. 그런데 일본을 가라고 하더라”라며 “데뷔 후 처음 1군 캠프에 왔다. 해외로 캠프를 나와본 것도 처음이다. 27일 오전 8시 비행기였는데 4시 50분에 눈이 번쩍 떠졌다. 정말 너무 설렜다”라고 1군 캠프 합류 막전막후를 전했다.
성재헌은 1군 캠프 합류가 확정된 뒤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기쁨을 함께 나눴다. 그는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나 일본 가래’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부모님께서 ‘그런데 기분이 왜 그러냐’고 하셨다. 정말 예상을 못해서 기쁘기보다 얼떨떨했기 때문이다. 방출되고 이제 막 팀에 들어온 건데 정말 운이 좋다. 팀에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성재헌은 성남고-연세대를 나와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2차 8라운드 73순위로 뽑혔다. 느린 구속을 정교한 제구력으로 보완한 그는 아마추어 시절 ‘성남고 유희관’으로 불렸고, 프로 입단 이후 퓨처스리그에서 차근차근 선발 준비를 하며 당시 류중일 LG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성재헌은 데뷔 첫해부터 1군 무대에 올라 불펜으로 4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15(4⅓이닝 2자책)를 기록했다.
그러나 성재헌은 2020년 9월 4일 NC전을 끝으로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2020년 9월 10일 입대가 결정되면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고, 소집해제 이후 퓨처스리그를 전전하며 콜업 기회를 잡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2022년 2경기 평균자책점 6.75, 2023년 17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6.13으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성재헌은 결국 지난해 11월 LG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무소속이 됐다.
성재헌은 작년 11월 말 모교 성남고에서 제춘모 투수코치, 장재중 배터리코치가 보는 가운데 입단테스트를 봤다. 조현우의 이른 은퇴로 좌완투수 보강이 절실해진 KT는 성재헌의 투구를 유심히 관찰했고, 제춘모, 장재중 코치 모두 그의 기량에 합격점을 부여했다. KT 구단은 “구속은 높지 않지만 제구와 변화구에 강점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성재헌은 KT 입단 후 익산에 차려진 퓨처스 스프링캠프에서 2024시즌을 준비했다. 그리고 모든 훈련을 성실하게 임한 결과 ‘빅또리투어’에 참가하는 영예를 안았다. 빅또리투어는 익산 퓨처스캠프에서 기량, 훈련 태도가 뛰어나고, 향후 콜업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이들을 1군 캠프로 승격시키는 KT만의 육성 특화 프로그램이다. 성재헌은 그렇게 부산 기장으로 이동해 짧게 1군 스프링캠프를 경험했다.
입단테스트 합격, 2군 스프링캠프 우수선수 선발, 그리고 생애 첫 1군 스프링캠프 합류까지. 성재헌은 “그냥 열심히만 했다. 원래 구속 압박이 조금 있었는데 한 번 방출되니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맞다는 판단이 들었다. 함께 KT에 온 (조)용근이와 함께 다른 생각 안 하고 정신없이 야구만 했다”라며 “절박하니 열심히 하게 된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야구를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도장깨기의 비결을 설명했다.
낯선 KT에서의 적응도 문제없다. KT에는 맏형 박경수를 비롯해 박병호, 배정대, 손동현 등 성재헌의 모교인 성남고 출신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 가운데 4년 후배인 손동현이 선배의 적응을 가장 많이 돕고 있다.
성재헌은 “(손)동현이가 정말 잘 챙겨준다. 나도 궁금한 게 있으면 동현이한테 먼저 물어본다”라며 “룸메이트인 강건도 많이 도와준다. 후배들이 많이 도와줘서 적응을 잘하고 있다”라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성재헌은 지난달 28일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연습경기에 구원 등판해 이강철 감독 앞에서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기록은 1이닝 2피안타 1실점(비자책). 5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공 15개를 던졌다. 이 감독은 "변화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질 줄 아는 투수다"라고 주목했다.
이를 들은 성재헌은 “일부러 설레발을 떨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잘하고 있으면 알아서 올려주실 것이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기복이 심한 편이라 이러다가 안 좋아지고 실망했던 경험이 몇 번 있다. 기회가 왔을 때 꼭 잡고 싶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성재헌에게 KT에서의 첫 시즌 목표를 물었다. 그는 “내가 구위는 모르겠는데 제구는 기복이 있다”라며 “아직 기록을 탐낼 수준은 아니다. 변화구 하나를 제대로 던져서 리그 평균 볼넷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면 만족스러울 것 같다”라고 제구 안정을 1순위 과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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