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기쁘진 않다" 이정후, 홈런 치고 무덤덤했지만…그가 놀란 것은 따로 있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3.01 15: 44

“어? 시프트가 안 없어졌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데뷔 첫 홈런을 치고도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무덤덤했다. 맞는 순간 넘어갈 줄 모르고 2루까지 전력 질주했던 그는 홈을 밟고 난 뒤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크게 들뜨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정후는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치러진 2024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시범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 데뷔 첫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멀티 장타를 폭발했다. 

1일(한국시간) 미국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진행됐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더그아웃에서 블레이크 세이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03.01 /sunday@osen.co.krc

1일(한국시간) 미국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진행됐다.3회초 2사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2024.03.01 /sunday@osen.co.kr

지난달 28일 시애틀 매리너스 상대로 가진 데뷔전에서 첫 타석부터 안타를 치며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까지 2경기 타율 5할(6타수 3안타) 1홈런 1타점 2득점으로 빠른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애리조나 우완 선발 라인 넬슨을 맞아 1회 첫 타석부터 이정후는 우월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투스트라이크 불리한 카운트 몰렸지만 몸쪽 낮게 떨어진 81.6마일(131.3km) 커브를 받아쳐 타구 속도 99.7마일(160.5km) 하드 히트를 생산했다. 애리조나 우익수 제이크 맥카티의 키를 넘겨 펜스까지 맞힐 정도로 큰 타구였다. 
1일(한국시간) 미국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진행됐다.3회초 2사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2024.03.01 /sunday@osen.co.kr
1일(한국시간) 미국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진행됐다.1회초 무사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2루타를 치고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2024.03.01 /sunday@osen.co.krc
3회 두 번째 타석에선 내친김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 94.7마일(152.4km) 포심 패스트볼을 통타했다. 1회 2루타와 같은 발사각 18도 타구였지만 이번에는 힘이 더 강하게 실렸다. 타구 속도 109.7마일(176.5km)로 418피트(127.4m)를 날아간 우중단 담장 밖 잔디석에 꽂혔다. 
이정후는 “넘어갈 줄 몰랐다. 너무 잘 맞아서 타구의 탄도가 조금 낮았다. 우중간으로 가서 2루타나 3루타를 생각하고 열심히 뛰었는데 ‘우와’ 하는 소리가 들리고, 심판이 손을 흔들고 있어서 홈런인 줄 알았다”며 “첫 타석과 비슷한 탄도였지만 풀스윙으로 돌렸기 때문에 조금 더 잘 맞긴 했다”고 설명했다. 
시범경기 데뷔 2경기, 5타석 만에 터진 첫 홈런이지만 큰 감흥은 없었다. 정규시즌이 아닌 시범경기이고, 준비 과정이기 때문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기쁜 것은 아니다. 시즌 개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좋은 타구 날린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한 이정후는 “아직 2경기밖에 안 해서 뭐라 평가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지난해 7월말 발목 수술 이후) 오랜만에 경기를 하고 있고, 또 메이저리그 와서 경기를 하는 게 매일매일 즐겁다. 아직 시범경기가 많이 남은 만큼 어떻게든 잘 적응할 후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1일(한국시간) 미국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진행됐다.3회초 2사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2024.03.01 /sunday@osen.co.kr
1일(한국시간) 미국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진행됐다.1회초 무사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2루타를 치고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2024.03.01 /sunday@osen.co.kr
홈런 이야기를 할 때는 차분했던 이정후. 하지만 6회 마지막 타석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커졌다. 마지막 타석이 된 6회 이정후는 애리조나 우완 조쉬 그린의 2구째 바깥쪽 높은 92.6마일(149.0km) 싱커를 밀어쳤다. 타구 속도 99마일(159.3km)로 3루수, 유격수 사이를 가르는 좌전 안타가 될 것으로 보였다. 
안타 확률 35% 타구였지만 그 길목에 애리조나 3루수 블레이즈 알렉산더가 서있었다. 수비 시프트로 애리조나 내야수들이 좌타자 이정후에 맞춰 우측에 치우쳐 있었고, 3·유간 빠질 것 같았던 안타성 타구가 알렉산더에게 걸렸다. 맞는 순간 안타를 직감했던 이정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정후는 “치는 순간 안타라고 생각했는데 (메이저리그에) 그 정도 시프트가 남아있는 줄 몰랐다. 아예 시프트가 폐지된 줄 알았다”면서 “3루수, 유격수 사이로 타구가 너무 잘 갔는데 그 길목에 수비수가 있어 ‘어? 시프트가 안 없어졌네’ 했다. 그 정도 시프트는 된다고 하더라. 유격수가 2루 베이스만 안 넘어가면 된다고 해서 그렇구나 했다. 몰랐었는데 오늘 알았다”고 말했다. 
1일(한국시간) 미국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진행됐다.3회초 2사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솔로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4.03.01 /sunday@osen.co.kr
1일(한국시간) 미국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진행됐다.1회초 무사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2루타를 치고 타임을 부르고 있다. 2024.03.01 /sunday@osen.co.krc
메이저리그는 지난해부터 수비 시프트 폐지가 아닌 제한을 뒀다. 내야수 4명은 외야 잔디가 아닌 내야 그라운드 안에서 수비를 시작해야 하고, 2루 베이스 기준 양쪽에 2명씩 자리해야 한다. 이전처럼 1~2루 사이에 내야수 3명을 몰아넣거나 3루를 완전히 비워두는 극단적인 시프트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허용된 범위 내에서 시프트는 이뤄지고 있다. 유격수가 2루 베이스 가까이에 서고, 3루수가 유격수 자리 근처에 자리하는 시프트는 가능하다. 이날 이정후처럼 잘 맞은 타구도 시프트에 걸려 잡힐 수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양키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등 몇몇 팀이 중견수를 기존 ‘2익수’ 자리에 넣고 좌측을 비워두는 ‘외야 2인 시프트’를 시험하기도 했다. 
시프트 제한으로 좌타자들의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다. 이정후도 이날 마지막 타석을 통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시프트 위력을 실감했다. 비록 아웃이 되긴 했지만 안타 확률 35%로 질 좋은 타구를 만들어낸 것에 의미를 둘 만하다. 그는 “마지막에 아웃이 되긴 했지만 잘 쳐서 좋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시범경기이고, 결과보다 과정 속에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며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1일(한국시간) 미국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진행됐다.1회초 무사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2루타를 치고 타임을 부르고 있다. 2024.03.01 /sunday@osen.co.krc
1일(한국시간) 미국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진행됐다.경기에 앞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2024.03.01 /sunday@osen.co.k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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