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이가 처음으로 공 좋다고 했다".
KIA 타이거즈 마무리 투수 정해영(22)이 스프링캠프 첫 실전에서 희망을 쏘았다. 지난 28일 긴초베이스볼스타디움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에서 3-0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해 세 타자를 가볍게 삼자범퇴로 막았다. 첫 타자는 2루 땅볼로 잡았고 두 번째 타자는 헛스윙 삼진, 마지막 타자는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직구와 슬라이더 등 8개의 볼을 던졌고 직구 평균스피드는 144km를 찍었다. 확실히 작년 캠프에 비해 월등히 좋아진 구위를 보여줘 긍정적이었다. 데뷔 이후 캠프에서 나온 최고 구속이었다. 심재학 단장은 "이 시기 역대 캠프 자료를 보니 138km가 최고 구속이었는데 많이 빨라졌다. 볼도 작년에는 살짝 비스듬하게 회전했는데 직각으로 회전했다"고 진단했다.
개막 즈음에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년에는 오키나와 2차 캠프 막판까지도 "구위가 올라오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의 이상저온 현상으로 제대로 웜업을 못한 탓도 있었다. 개막 이후에도 140km 초반에 그치는 등 힘겹게 시즌을 치렀다. 결국 30세이브에 실패했다. 그래도 3승23세이브1홀드, ERA 2.92를 기록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올해는 작년의 아쉬움을 털고 착실한 준비를 했다. 12월과 1월 비시즌 기간 중 미국 시애틀로 건너가 베이스볼 드라이브인 센터에서 동작분석과 스피드업 훈련을 펼쳤다. 호주 캔버라 1차 캠프 따뜻한 날씨 속에서 제대로 훈련을 소화했다. 확실하게 웜업을 했고 불펜피칭과 라이브피칭에서 힘찬 구위를 과시했다.
코치진과 동료타자들에게서 "구위가 정말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긴초 베이스볼스타디움에서 만난 정해영은 김도영에게서 처음으로 칭찬을 받았다며 웃었다. "도영이가 공 좋다고 했다. 진짜 처음이었다. 항상 경기할 때도 '형 좀 전력으로 던져요' 계속 이랬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좋다고 했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어 "작년 캠프에 비해 스피드가 빨라진 것 같다. 미국에서 스피드를 올리려고 운동을 했고 여기서도 중점적으로 했다. (볼을 던지기 위해) 다리를 스트라이드 할 때 몸이 밀리지 않았다. 대신 제자리 턴으로 회전 스피드를 키웠다. 계속 스피드 훈련과 웨이트트레이닝도 하니까 스피드가 붙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와인드업시 오른팔을 내리지 않고 바로 던지는 짧은 폼으로 바꾼 것도 변화였다.
올해는 최연소 100세이브에 10개를 남겨놓았다. 30세이브 마무리로 복귀도 중요하다. 특히 작년 이닝당 출루(WHIP 1.48)도 1점대 초반으로 내리고 든든함을 안겨주는 마무리가 되는 것도 과제이다. 팀이 우승을 노리고 있어 정해영의 뒷문걸이도 더욱 중요해졌다. 첫 실전 등판에서 그 희망을 안겨준 것은 분명하다.
정해영은 "주위에서 계속 좋다고 하지만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 작년보다는 잘해야 한다. 팀이 올해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상대가 우리를 경계하니까 그만큼 전력이 좋다고 생각하고 믿고 있다. 내가 마지막에 경기를 잘 마무리 지으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한국시리즈 등판은 항상 나의 꿈이었다"며 포부를 밝혔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