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구원왕 출신 고우석(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데뷔전이 확정됐다.
샌디에이고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구단 게임노트를 통해 투수들의 등판 일정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고우석은 내달 1일 애리조나주 메사의 호호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조에 포함됐다. 이날 샌디에이고는 선발 페드로 아빌라와 함께 엔옐 데 로스 산토스, 로건 길라스피, 맷 페스타, 애드리안 모레혼, 케빈 캅스와 함께 고우석이 등판조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28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 29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둘 중 한 경기가 데뷔전이 될 것으로 보여졌지만 1일 오클랜드전으로 결정났다. 오클랜드에는 마이너 계약을 맺고 빅리그 재진입에 도전 중인 한국인 유틸리티 야수 박효준이 있어 한국인 맞대결이 성사될 수도 있다.
비자 발급이 늦어진 관계로 지난 9일 출국한 고우석은 12일 샌디에이고 스프링 트레이닝이 차려진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투수조 소집에 맞춰 정상적으로 합류했다.
불펜 피칭부터 라이브 피칭, 자체 연습 경기까지 과정을 순조롭게 밟았지만 시범경기 데뷔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조금 더 적응할 시간을 준 코칭스태프의 배려 속에 시범경기 첫 7경기를 건너뛰고 데뷔전을 갖는다.
몸 상태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을 천천히 준비시키고 있다. 고우석도 “구단에서 감 잡을 시간을 더 주신 것 같다. 배려를 해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의 자문도 있었다. 2021년 샌디에이고에서 3개월 동안 지도자 연수를 받은 염경엽 감독은 A.J. 프렐러 단장, 조쉬 스테인 부사장 등 구단 고위층으로부터 고우석에 대한 자문을 받았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준비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전했다.
염 감독은 “샌디에이고 구단에서 우석이를 지금 다른 선수들과 경쟁시킬 수 있지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개막전부터 쓰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페이스를 늦추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해줬다. 구단에서 우석이가 천천히 준비 잘할 수 있게 배려를 해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첫 해이니까 서두르지 않고 성공 체험을 시켜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우석의 준비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팀 동료이자 같은 한국인 선수 김하성은 “우석이가 열심히 준비했다. 시범경기이지만 경쟁이란 것 때문에 부담되고, 압박감도 있을 것이다. 첫 등판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그동안 잘 준비한 대로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응원했다. 그 전날 친구이자 처남인 이정후도 “서로가 지금 남 걱정할 때는 아니다. 자기 할 거 바쁘다”고 웃으면서 “다치지 않고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고우석은 182cm 90kg 다부진 체구에서 나오는 강속구로 '제2의 오승환'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3년차였던 2019년부터 마무리로 자리잡은 고우석은 2022년 LG 역대 한 시즌 최다 42세이브를 거두며 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KBO리그 7시즌 통산 성적은 354경기(368⅓이닝) 19승26패139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3.18 탈삼진 401개.
지난해 LG가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한 뒤 포스팅을 요청한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와 2년 보장 450만 달러 계약을 따냈다. 올해 175만 달러, 내년 225만 달러 연봉을 받으며 2026년 상호 옵션 300만 달러가 실행되지 않으면 50만 달러 바이아웃 금액을 받는 조건이다. 옵션이 실행되면 인센티브 포함 3년 최대 940만 달러 계약.
샌디에이고는 조쉬 헤이더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FA 이적하면서 마무리 자리가 공석으로 비어있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아직 공식 마무리를 지정하지 않은 채 시범경기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기존 셋업맨 로베르트 수아레즈가 1순위로 꼽히는 가운데 일본에서 통산 236세이브를 거둔 좌완 마쓰이 유키, 뉴욕 양키스에서 필승조로 활약한 좌완 완디 페랄타와 함께 고우석이 새롭게 합류하며 경쟁 구도를 그리고 있다. 첫 해 마이너 강등 거부권이 없는 고우석이라 시범경기부터 생존 경쟁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