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30)가 LA 다저스 데뷔전에서 홈런을 폭발했다. 몸 상태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리며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오타니는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벌어진 2024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 5회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팔꿈치 내측측부인대(UCL) 손상으로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올해 투수로 던질 수 없고, 지명타자에 전념한다. 스프링 트레이닝 초반 재활에 집중하면서 시범경기 첫 5경기를 건너뛰어 몸 상태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시범경기 첫 날부터 홈런으로 이를 불식시켰다.
삼진→병살타→홈런 폭발 “모두가 흥분했다”
다저스는 이날 무키 베츠(2루수) 오타니(지명타자) 프레디 프리먼(1루수) 윌 스미스(포수) 맥스 먼시(3루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좌익수) 제이슨 헤이워드(우익수) 미겔 로하스(유격수) 호세 라모스(중견수)로 베스트에 가까운 라인업을 가동했다.
베츠(2018년 AL), 오타니(2021·2023년 AL), 프리먼(2020년 NL) 모두 MVP 출신으로 3명의 MVP가 연이어 타순에 배치된 것은 1996년 보스턴 레드삭스 모 본(1995년 AL), 호세 칸세코(1988년 AL), 케빈 미첼(1989년 NC) 이후 28년 만이었다.
1회 첫 타석에 오타니가 등장하자 다저스 홈 관중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화이트삭스 좌완 선발 개럿 크로셰를 맞아 오타니는 루킹 삼진을 당했다.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바깥쪽 들어온 포심 패스트볼을 그대로 바라보다 덕아웃에 들어갔다.
3회 무사 1,3루 찬스에선 병살타를 쳤다. 우완 저스틴 앤더슨의 초구를 건드렸는데 2루수 정면으로 향하는 땅볼이 되면서 4-6-3 병살타로 이어졌다.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와 1-1 동점.
삼진과 병살타로 아쉬움을 삼켰지만 5회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폭발했다. 2사 2루에서 우완 도미닉 레온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95마일(152.9km) 몸쪽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친 것이 좌월 투런 홈런으로 이어졌다. 맞는 순간 살짝 먹힌 타구로 보였지만 쭉쭉 뻗어가더니 담장 밖에 넘어갔다. 비거리 377피트(114.9m).
경기 후 ‘스포츠넷LA’를 비롯해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오타니는 정말 훌륭했다. 모두가 그의 데뷔에 흥분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준 것은 좋은 일이다”며 “첫 라이브 배팅에서도 홈런을 치더니 오늘도 쳤다. 치는 순간에는 빅플라이라고 생각했는데 홈런이 됐다. 앞으로도 좋은 예감이 든다”고 기대했다.
이날 경기는 다저스가 9-6으로 승리, 시범경기 5승1무로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성공적인 다저스 데뷔전, 그런데 샌프란시스코 질문이라니
시범경기이긴 하지만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경기에서 홈런을 신고한 오타니에겐 기분 좋은 날이었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오타니는 “계획대로 경기에 나와 마칠 수 있었던 게 좋았다. 타석을 거듭하면서 타격 반응이 좋아진 게 느껴졌다. 앞으로 점점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저스에서 데뷔전이었지만 어느덧 빅리그 7년차가 된 오타니에겐 크게 새로울 게 없었다. 그는 “스프링 트레이닝 단계라 긴장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컨디션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며 “타순도 마찬가지다. 스트라이크에 내 스윙을 한다는 단순한 생각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오타니는 1번 베츠, 3번 프리먼 사이 2번에 들어갔다. 3번 프리먼의 존재로 인해 오타니에게 정면 승부가 많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 오타니는 “앞뒤로 베츠, 프리먼, 그 뒤에도 좋은 타자들이 계속해서 있다. 어떻게 바뀔지 기대된다”며 전 소속임 LA 에인절스와 다른 타선 환경을 기대했다.
순조롭게 인터뷰가 진행되던 중 뜻밖의 돌발 질문이 나왔다. 한 기자가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을 때 팀과 도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할 가능성은 있었는가?”라며 뜬금 없이 질문을 던졌다. 지난 오프시즌 오타니는 FA 자격을 얻어 샌프란시스코의 관심을 받았고, 홈구장 오라클파크를 찾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도 적극적이었지만 오타니는 10년 7억 달러에 다저스를 택했다.
하지만 이미 다 지난 일이고, 이날은 오타니의 시범경기 데뷔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질문에 오타니와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 모두 당황한 눈치. 미즈하라 통역이 “그 얘기는 안 할거지?”라고 일본어로 오타니 의사를 물어본 뒤 영어로 “FA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 경기에 대한 질문을 부탁한다”고 답변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