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땅볼이 오지 않았어요".
KIA 타이거즈가 27일 오키나와 우라소에 구장에서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연습경기를 벌였다. 0-1로 뒤진 3회말 야쿠르트의 선두타자 타격이 끝나자 KIA 더그아웃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바로 좌타자 마루야마 가즈야의 강습 땅볼타구를 1루수 이우성이 잘 처리한 것이다.
가랑이 사이를 꿰뚫을 수 있는 강력한 타구를 날렵한 몸놀림으로 차단했다. 공은 미트에 들어갔고 가볍게 일어나 1루 베이스를 밟고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순간 KIA 동료들은 박수를 치며 응원의 함성을 쏟아냈다. 1루수로 변신한 이후 대외 연습경기에서 처음으로 맞이한 땅볼이었다. 까다로운 강습타구를 완벽하게 막은 것이다.
경기전 이우성은 1루수 적응에 대해 "실전에서 아직 땅볼이 오지 않았다"며 웃었다. 어려운 땅볼도 처리하면서 적응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캔버라 자체 연습경기와 25일 KT 위즈와의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1루수로 나섰으나 땅볼타구가 오지 않았다. 이날 일본타자들에게서 땅볼타구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담겨있었다.
호수비는 3회 뿐만이 아니었다. 8회말에는 야쿠르트 선두타자 나가오카의 까다로운 땅볼을 감각적인 글러브질로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가볍게 일어나 투수에게 토스해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루키 투수 김민주가 고마움을 표했다. 1회와 4회는 머리 뒤로 높게 뜬 플라이도 능숙하게 처리하기도 했다. 초보 1루수 답지 않는 탄탄한 수비력이었다.
이우성은 작년 11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부터 외야수에서 1루수로 변신했다. 1루 포지션이 무주공산이라 주전에 도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팀도 타격이 되는 1루수 이우성의 변신을 환영했다. 마무리캠프에서 강도높은 1루수 훈련을 펼쳤고 비시즌 중에서도 별도의 훈련 메뉴를 받아 적응 훈련을 했다. 호주 캔버라 1차 캠프에서도 매일 특훈을 받았다. 피칭 머신을 이용해 강한 땅볼 타구를 처리하고 송구하는 집중훈련까지 했다.
경기전 박기남 내야수비코치는 "기본적으로 포수를 해서 그런지 감각이 있다. 작년 마무리 캠프보다 훨씬 좋아졌다. 강습타구를 많이 가는 포지션이다. 매일 일찍부터 집중훈련을 했다. 실전에서 여러가지 상황과 타구를 처리하면서 적응해야 한다. 지금대로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일본팀과의 실전에서 땅볼타구 처리까지 완벽한 1루수의 모습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KIA는 산발 5안타에 그치며 1-5로 완패했다. 그러나 이우성의 주전 1루수 가능성을 확인한 점은 커다란 수확이었다. 5회에서는 깨끗한 좌전안타까지 터트리며 공수에서 제몫을 했다. 이우성이 개막전 1루수를 향해 힘찬 첫 발을 내딛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