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KBO리그 출신들의 대결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또 한 명의 KBO리그 출신 투수를 상대로 ‘저격’에 성공했다.
김하성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24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시범경기에 5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장, 2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지난 23일 LA 다저스전, 25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 이어 시범경기 3경기 연속 멀티 출루 행진. 전체 성적은 4타수 3안타(2루타 1개) 1타점 3볼넷으로 타율 7할5푼, 출루율 8할5푼7리에 달한다.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긴 하지만 FA 시즌을 맞아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이날 김하성은 2회 첫 타석에서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출신 우완 투수 벤 라이블리를 마주했다. 라이블리는 2019~2021년 삼성에서 3년간 36경기(202⅓이닝) 10승12패 평균자책점 4.14 탈삼진 191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신시내티 레즈에서 4년 만에 빅리그 복귀에 성공했고, 올해 1년 75만 달러에 클리블랜드와 계약했다.
김하성은 2019~2020년 키움 히어로즈 소속으로 삼성 투수 라이블리를 상대한 적이 있다. 11번 맞붙어 8타수 1안타로 타율 1할2푼5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볼넷 2개, 몸에 맞는 볼 1개를 더해 출루율은 3할6푼4리로 나쁘지 않았다.
그로부터 4년 만에 시범경기이긴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다시 만났다. 1~2구 연속 바깥쪽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면서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김하성은 3구째 볼을 골라낸 뒤 4구째 73마일(117.5km) 커브를 공략, 유격수 쪽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생산해냈다. 클리블랜드 유격수 타일러 프리먼이 점프 캐치를 시도했으나 빠른 타구라 글러브르 맞고 튄 것이 땅에 떨어졌다. 그 사이 김하성이 1루로 전력 질주하며 내야 안타로 1루에 출루했다.
경기를 마친 뒤 한국 취재진을 만난 김하성은 라이블리와 대결에 대해 “경기 전에는 (라이블리인 줄) 모르고 있었다. 타석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덕아웃에서 (고)우석이가 알려줘서 알았다. 타석에 들어갈 때 (라이블리에게) 인사를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어느덧 메이저리그 4년차가 된 김하성은 KBO리그 출신 투수들을 종종 상대하곤 한다. 그는 “KBO 출신 선수들은 익숙하고, (어떤 유형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편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결과가 좋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하성은 SK 와이번스 출신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게 7타수 2안타(2홈런) 타율 2타점 1볼넷 3삼진, 두산 베어스 출신 크리스 플렉센(시카고 화이트삭스-5타수 2안타 1볼넷 1삼진), 롯데 자이언츠 출신 브룩스 레일리(뉴욕 메츠-3타수 2안타 2루타 1개) 등 KBO리그에서 상대해봤던 외국인 투수들에게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올해도 메이저리그에는 에릭 페디(화이트삭스), 고우석(샌디에이고) 등 KBO리그 출신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넘어왔다. 고우석은 같은 팀 동료라 대결할 일은 없고, 지난해 KBO리그에 1년 몸담은 페디와는 직접적으로 대결할 기회 없었다. 샌디에이고와 화이트삭스는 9월21~23일 펫코파크에서 3연전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KBO리그 MVP 페디를 상대로도 김하성의 ‘KBO 출신 투수 킬러’ 본능이 이어질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