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바람의 손자가 메이저리그에 뜬다. ‘한국의 천재 타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시범경기를 통해 미국 야구에 첫선을 보인다.
샌프란시스코는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를 마친 뒤 2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시범경기 선발 라인업을 미리 공지했다.
이에 따르면 이정후(중견수) 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 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 윌머 플로레스(3루수) 패트릭 베일리(포수) 케이시 슈미트(유격수) 엘리엇 라모스(우익수) 루이스 마토스(좌익수) 순으로 샌프란시스코 라인업이 짜여졌다. 선발투수는 조던 힉스.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정후의 시범경기 데뷔전이다. 정규시즌이 아닌 시범경기이긴 하지만 메이저리그 첫 공식 경기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만하다.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포스팅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 대형 FA 계약을 맺었다. 2018년 시즌 후 시작된 파르한 자이디 야구운영사장 체제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첫 1억 달러 이상 투자로 단숨에 팀의 간판 스타로 떠올랐다.
올 봄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에도 이정후는 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지난 15일 “이정후가 개막전 리드오프가 아니면 충격 받을 것 같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 한 개막전에 나간다”며 일찌감치 내달 29일 펫코파크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정규시즌 개막전 1번타자로 이정후를 공표했다.
이정후는 하루빨리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타석에서 보고 치고 싶어 했지만 시범경기 데뷔는 조금 늦춰졌다. 시범경기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옆구리에 매우 경미한 통증이 있다. 지금 시점에서 굳이 무리해서 악화시키고 싶지 않다. 가끔 스윙을 할 때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캠프 초반에는 그런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며 이정후의 시범경기 개막전 결장을 알렸다.
큰돈 들여 영입한 선수라 샌프란시스코의 ‘귀한 몸’ 대우는 당연했다. 이정후는 “아픈 것이었다면 (취재진에) 말씀드렸을 것이다. (옆구리에) 알이 배인 것이다. 그걸 풀려면 치료를 받아야 해서 트레이너에게 말한 것이다. 한국에서 이 정도면 당연히 뛴다. 시즌 중이었으면 뛰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님이 절대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하셨다. 여긴 미국이고,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 그만큼 관리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25일 시카고 컵스전 개막전을 시작으로 26일 텍사스 레인저스전, 27일 LA 에인절스전까지 시범경기 첫 3경기를 쉬었다. 오전에 개인 훈련을 하고 난 뒤 퇴근하고, 장거리 원정을 동행하지 않는 등 핵심 주전 대우를 받으면서 컨디션을 조절한 끝에 마침내 28일 시범경기 데뷔전을 치른다.
이정후가 처음 상대할 시애틀 선발투수는 우완 조지 커비(26). 지난 2019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0순위로 뽑힌 유망주 출신으로 2022년 5월 빅리그 콜업 이후 25경기(130이닝) 8승5패 평균자책점 3.39 탈삼진 133개 WHIP 1.21 호투를 펼치며 아메리칸리그(AL) 신인상 6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31경기(190⅔이닝) 13승10패 평균자책점 3.35 탈삼진 172개 WHIP 1.04로 위력을 발휘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첫 올스타에 선정되며 AL 사이영상 8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평균 96.1마일(154.6km) 포심 패스트볼에 싱커,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를 고르게 구사하는 커비는 9이닝당 볼넷도 0.9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규정이닝 투수 44명 중 최소로 극강의 커맨드까지 갖춘 특급 투수. 이정후로선 메이저리그 수준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상대다.
이미 주전 중견수 1번타자로 확정된 이정후라 시범경기부터 당장 경쟁을 위해 뭔가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 샌프란시스코 구단도 이정후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지난 24일 자이디 사장, 피트 푸틸라 단장, 전력분석팀장 등 샌프란시스코 구단 수뇌부와 개별 미팅을 가진 이정후는 “여기서 더 잘하길 바라서 네게 투자한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하던 것만큼만 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이제 막 출발 선상에 선 이정후의 부담까지 지워주는 샌프란시스코의 세심한 배려와 특별 관리 속에 시범경기 첫발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