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NE=이선호 기자] 또 임기영은 없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이 불펜운용에 관련해 투수들을 폭넓게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작년 시즌 처럼 특정투수를 집중적으로 기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작년과 달리 불펜투수들의 구위가 좋아진데다 불펜층이 두터워졌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 시즌 불펜진 가운데 가장 자주 등판한 투수는 사이드암 임기영이었다. 2017년부터 선발투수로 활약하다 신인 윤영철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불펜투수로 변신했다. 시즌 초반은 선발 뒤에 나오는 1+1 롱맨 노릇을 했다.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하며 필승맨으로 우뚝 섰다.
타순 한바퀴까지는 필승투수였다. 마무리 투수 노릇도 했다. 멀티이닝은 기본이었고 연투도 잦았다. 최대 4이닝까지 던졌다. 29번이나 1이닝 이상을 소화하기도 했다. 64경기에 출전해 82이닝을 책임졌다. 불펜투수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이었다. 4승4패3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2.96의 우등성적을 냈다.
자주 등판한 탓에 '또 임기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래서인지 시즌 막판에는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도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작년 불펜투수들이 주춤한 이유도 있었다. 마무리 정해영이 구위가 올라오지 않았다. 전상현도 개막 초반 흔들렸고 홀드왕 장현식도 예년과 달리 부진했다.
활약도가 높은 좌완 최지민과 이준영은 가끔 멀티이닝을 했지만 1이닝이 기본이었다. 결국 중요한 순간에는 임기영을 자주 부를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선발투수들 가운데 양현종을 제외하고는 이닝이터가 되지 않아 이닝부하가 임기영에게 몰렸다. '또 임기영'이라는 지적속에 기록적인 82이닝 불펜투수가 나온 이유였다.
오키나와 2차 캠프를 이끌고 있는 이범호 감독은 2024 시즌 투수 운용계획을 짜면서 투수들의 경기와 이닝을 관리하면서 다른 필승조 투수들도 활용하는 원칙을 세웠다. 이런 기조 아래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진이 운영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강한 필승조 투수를 자주 활용하겠지만 혹사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끔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스프링캠프에서 KIA 불펜진은 작년과는 달리 힘이 많이 붙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마무리 정해영이 비시즌 기간중 시애틀 드라이브인 센터를 찾는 등 잘 준비한데다 캠프 훈련량도 착실하게 소화해 볼에 힘이 붙었다. 특히 작년 6월부터 1점대 ERA 위력을 되찾은 전상현도 구위가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현식도 2021시즌 홀드왕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때 필승조를 이끌었던 박준표도 예전의 날카로움을 되찾고 있고, 최지민과 이준영의 좌완 필승조 듀오도 든든함을 주고 있다. 베테랑 이형범도 2차 드래프트에서 보강하는 등 불펜층이 두터워졌다. 자연스럽게 임기영의 등판횟수와 이닝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범호호가 임기영만의 헌신이 아닌 모든 이들이 헌신하는 불펜진을 구성할 것인지 주목된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