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다년 계약을 거절하고 마이너 계약으로 미국에 돌아간 데이비드 뷰캐넌(35·필라델피아 필리스)이 시범경기에 첫 등판했다. 8년 만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였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뷰캐넌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제트블루파크에서 치러진 2024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 2이닝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초청 선수 신분으로 필라델피아 스프링 트레이닝에 합류한 뷰캐넌에겐 시범경기가 생존 경쟁의 장이다. 그러나 첫 등판부터 불안한 투구로 가시밭길 행보를 예고했다.
1회 보스턴 1번 타일러 오닐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시작한 뷰캐넌은 라파엘 데버스를 3루 내야 뜬공, 트레버 스토리를 파울팁 삼진 처리하며 투아웃을 잡았다. 그러나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볼넷을 내주며 이어진 2사 1,2루에서 롭 레프스나이더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허용했다. 엔마누엘 발데스를 루킹 삼진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지만 2회 또 1점을 줬다.
2회 선두타자 타일러 하이네만을 우전 안타로 1루에 내보낸 뷰캐넌은 마크 콘트레라스의 1루 땅볼로 이어진 1사 2루에서 니코 카바다스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추가 실점했다. 계속된 1사 1루에서 오닐을 투수 땅볼로 유도, 1-4-3 더블 플레이로 이닝을 마무리한 뷰캐넌은 3회부터 코너 브록던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경기를 마쳤다. 이날 경기는 필라델피아가 6-7로 보스턴에 패했다.
지난 2010년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전체 231순위로 필라델피아 지명을 받은 뷰캐넌은 2014년 메이저리그 데뷔했다. 그해 20경기(117⅔이닝) 모두 선발로 던지며 6승8패 평균자책점 3.75 탈삼진 71개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2년차 시즌은 개막 로스터에 들어 시작했지만 15경기(74⅔이닝)를 선발등판했으나 2승9패 평균자책점 6.99 탈삼진 44개로 기대에 못 미쳤다.
2016년에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만 머무른 뷰캐넌은 2017~2019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를 거쳐 2020년부터 KBO리그 삼성에 왔다. 삼성 외국인 선수 최장 4년의 시간을 보내며 통산 113경기(699⅔이닝) 54승28패 평균자책점 3.02 탈삼진 539개 WHIP 1.27로 활약했다. 이 기간 KBO리그 최다 이닝, 다승 공동 1위, 최다 퀄리티 스타트(80회), 평균자책점·탈삼진 2위.
암흑기 삼성 마운드의 몇 안 되는 희망으로 에이스로서 책임감과 승부욕이 대단했다. 자신만의 철저한 루틴과 자기 관리로 국내 선수들에게도 모범이 된 뷰캐넌은 그러나 지난겨울 삼성과 재계약이 불발됐다. 삼성에서 공식적으로 외국인 선수 최초 다년 계약안을 제시했지만 외국인 샐러리캡으로 인해 2024년 240만 달러, 2025년 250만 달러가 최대치였다.
내년 시즌 다른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할 때 샐러리캡 여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삼성은 뷰캐넌에게 이 금액 그대로 주기 어려웠다. 결국 삼성은 코너 시볼드에 이어 데니 레예스를 영입하며 뷰캐넌과 결별을 알렸다. 뷰캐넌은 당초 신시내티 레즈와 협상이 진행되며 메이저 계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낙동갈 오리알 신세가 됐따. 신시내티가 지난해 12월말 FA 투수 프랭키 몬타스를 1년 1600만 달러에 영입한 뒤 기류가 바뀌면서 결국 친정팀 필라델피아와 마이너 계약에 만족해야 했다.
2년 다년 계약에 고액 연봉이 보장된 한국을 떠난 뷰캐넌은 30대 중반에 마이너리거 신분으로 험난한 도전을 마주하게 됐다. 필라델피아는 잭 휠러, 애런 놀라, 타이후안 워커, 레인저 수아레즈, 크리스토퍼 산체스로 5인 선발진이 안정적으로 구성돼 있어 예비 선발 자리를 노려야 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