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봄이 뜨겁다. 시범경기이긴 하지만 7타석 6출루로 시범경기부터 달리고 있다.
김하성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시범경기에 5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장, 2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멀티 출루를 했다.
지난 23일 LA 다저스전, 25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 이어 3경기 연속 안타와 볼넷으로 만든 멀티 출루 행진이다. 시범경기 성적은 4타수 3안타(2루타 1개) 1타점 3볼넷. 타율 7할5푼에다 7타석 6출루로 출루율은 8할5푼7리에 달한다.
뜨거운 시범경기, 김하성은 자신과 계속 경쟁 중이다
2회 첫 타석부터 김하성은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출신 벤 라이블리의 4구째 커브를 받아쳐 유격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냈다. 클리블랜드 유격수 타일러 프리먼이 점프 캐치를 시도했지만 강습 타구가 글러브를 맞고 땅에 떨어졌다. 내야 안타. 이어 4회에는 앤서니 고스와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냈고, 5회에는 좌완 앤서니 반다 상대로 8구까지 끈질긴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 아웃됐다.
경기 후 김하성은 “감이 나쁘지 않고 괜찮다. 겨울에 열심히 준비했고, 지금도 꾸준하게 루틴을 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시즌 때 잘하기 위해 지금 준비하는 과정이다. 시범경기라서 결과에는 최대한 신경 쓰지 않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좋게 생각하고 있다. 최대한 컨디션 잘 유지해서 시즌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되는 김하성에겐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다. 시범경기이긴 하지만 7타석 6출루로 뜨거운 기세를 뿜어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래도 김하성의 마음은 FA 이적보다 샌디에이고 잔류에 조금 더 기울어 있는 듯하다. 그는 이날도 “작년에도 그렇고 재작년에도 계속 경쟁을 해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올해 내가 더 잘해야 팀에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할 거고, 그래야 내야 좋아하는 팀에 있을 수 있다. 경쟁하는 상대가 없어도 나 자신과 계속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고 표현했다.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 남기 위해선 그 자신도 잘해야 하지만 구단이 연장 계약에 한푼이라도 더 쓸 수 있는 상황이 돼야 한다. 그런데 엄한 데 계속 돈이 나가고 있다. 은퇴한 선수에게 앞으로 2년간 2600만 달러(약 345억원) 잔여 연봉을 다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은퇴한 호스머에게 2년간 잔여 연봉 지불하는 샌디에이고
샌디에이고는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김하성과 물밑에서 연장 계약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겨울 내내 트레이드설이 끊이지 않았지만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스프링 트레이닝 전체 소집 첫 날부터 김하성을 유격수로, 잰더 보가츠를 2루수로 포지션을 스위치한 뒤 트레이드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가 너무 좋다. 떠나기 싫다. 다른 팀에 가면 샌디에이고 팬들처럼 나를 이렇게 좋아해줄까 하는 생각이 크게 든다”며 잔류 의사 피력했다. 실제로 샌디에이고도 김하성과 연장 계약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치솟는 가치를 맞춰줄 여력이 부족한 게 문제다.
미국 ‘USA투데이 스포츠’는 지난 26일 호스머의 은퇴 소식을 전하면서 ‘향후 2년간 2600만 달러의 연봉을 샌디에이고로부터 받는다’고 설명했다. 2018년 2월 샌디에이고와 체결한 8년 1억4400만 달러 FA 계약이 2025년까지 더 남아있는 것이다. 은퇴 상태이지만 2024~2025년 연봉을 1300만 달러씩 받는다.
지난 2008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지명된 특급 유망주 출신 호스머는 2011년 메이저리그 데뷔 주전 1루수이자 중심타자로 자리잡았다. 2015년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로 활약했고, 이를 발판 삼아 8년 1억4400만 달러 FA 대박을 치며 샌디에이고로 이적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 이적 후 타격 생산력이 떨어지면서 기대에 못 미쳤고, 2020년 코로나19 단축 시즌에만 반짝했을 뿐 2021년부터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결국 2022년 8월 샌디에이고가 호스머를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하며 잔여 연봉 3900만 달러 중 3678만 달러를 지불하는 조건을 감수했다.
무분별한 고액 장기 계약 남발, 김하성도 잡을 돈이 부족한데…
‘먹튀’ 오명을 떼지 못하고 은퇴한 호스머 실패 후유증은 샌디에이고를 계속 따라다닌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몇 년간 고액 장기 계약을 남발하면서 페이롤에 유동성이 부족한데 지역 중계권을 가진 밸리스포츠의 운영 주체 다이아몬드스포츠그룹의 파산 문제로 주요 수입원마저 막힌 상태다. 지난해 9월에는 단기 현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000만 달러를 대출받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긴축 재정으로 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상황인데 김하성과 연장 계약도 신경 써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최근 4년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4년 4000만 달러), 조 머스그로브(5년 1억 달러), 잰더 보가츠(11년 2억8000만 달러), 다르빗슈 유(6년 1억800만 달러), 매니 마차도(11년 3억5000만 달러), 제이크 크로넨워스(7년 8000만 달러) 등 여러 선수들에게 고액 장기 계약을 남발하면서 선수단을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올해 페이롤을 1억9000만 달러 이하로 낮춰 4년 연속 사치세를 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는 샌디에이고로선 김하성에게 제안할 수 있는 금액은 제한적이다. 과감하게 선수단을 정리하거나 김하성이 크게 양보하지 않는 이상 올 시즌 이후 동행이 어렵다. 뒤를 생각하지 않은 무분별한 투자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지난 2014년 8월부터 샌디에이고를 이끄는 A.J. 프렐러 단장은 2021년 2월 단장 겸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2026년까지 연장 계약이 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2015년부터 9년간 포스트시즌 진출 2번이 전부. 성과도 없는데 거듭된 투자 실패로 몇 안 되는 성공 사례 김하성마저 붙잡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